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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내전·가난에 떠밀려 ‘죽음의 바다’ 된 지중해

IS·내전·가난에 떠밀려 ‘죽음의 바다’ 된 지중해

김규환 기자
입력 2015-04-19 23:40
업데이트 2015-04-20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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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여명 사망… 난민선 잇단 전복 왜

‘간단없는 내전과 지독한 가난’을 피해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갈구하던 아프리카 난민을 태우고 가던 선박이 19일(현지시간) 뒤집히는 바람에 지중해에서 670여명이 수장(水葬)됐다. 이날 사고는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던 아프리카 난민선이 지난 12일 지중해에서 전복돼 4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지 불과 1주일도 안 돼 일어났다. 올 들어 3월까지 지중해를 무사히 건너 이탈리아에 들어온 이주민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들 난민 사망자는 10배가 넘는 최소 500명에 이른다고 국제이주기구(IOM)가 밝혔다. 지중해가 ‘죽음의 바다’로 표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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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과 가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난민들이 리비아 해안 도시에 모여 낡은 어선을 개조한 선박에 몸을 의지한 채 유럽행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이탈리아 해상구조대원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시칠리아 해안에 도착한 아프리카 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다가가고 있는 모습.  시칠리아 AFP 연합뉴스
내전과 가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난민들이 리비아 해안 도시에 모여 낡은 어선을 개조한 선박에 몸을 의지한 채 유럽행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이탈리아 해상구조대원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시칠리아 해안에 도착한 아프리카 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다가가고 있는 모습.
시칠리아 AFP 연합뉴스
●伊 해군 난민 구조 중단도 비극 커진 원인

지중해가 이처럼 ‘비극의 바다’로 돌변한 것은 전쟁과 빈곤에 시달리는 중동 지역과 아프리카국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탈출을 감행하기 때문이다. 2010~2011년 ‘재스민 혁명’이 정치적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아노미 상태’에 빠지면서 촉발된 중동 지역 내전과 아프리카 국가의 만성적인 빈곤이 최대의 적으로 지목된다. 이들 ‘보트 난민’의 절반가량은 시리아인들로 추정된다. 시리아의 경우 4년 넘게 내전이 진행되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등장하면서 많은 시민이 중동 지역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있다. 레바논과 이라크, 터키 등 인접국의 난민촌이 포화상태에 있고 생활 여건도 열악해 유럽으로의 망명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리비아와 국경을 맞댄 아프리카의 말리, 수단,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등의 국적자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리비아 내부의 혼란이 커지면서 리비아인의 밀입국 시도가 급증했다. 여기에다 이탈리아 해군의 난민 구조작전 ‘마레 노스트룸’이 밀입국을 부추긴다는 일부 국가의 반대 속에 지난해 11월 중단되면서 해상 비극에 대처할 역량도 부족해진 상황이다.

특히 이들 난민은 유럽 밀입국의 관문으로 주로 리비아를 이용한다. 리비아가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유럽 대륙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까닭이다. ‘난민의 허브’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최남단의 섬 람페두사는 리비아 해안도시와 불과 220㎞ 정도 떨어져 있다. 난민들의 이탈리아행 밀항은 수도 트리폴리, 미스라타 등 리비아 해안도시 4곳에서 주로 이뤄진다. 리비아에서 출발해 바닷길로 18시간 항해를 하면 이탈리아 본토에 상륙할 수 있다. 하지만 낡고 작은 어선에 초과 승선하는 탓에 난민선은 전복 사고가 빈발한다. 카를로타 사미 유엔 최고난민위원회(UNHCR) 대변인은 “인류의 비극이 진행 중”이라며 “몇 척의 이탈리안 해안경비대로는 부족하다. 수천명을 구할 유럽 차원의 믿을 만한 작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伊대통령 만난 교황 “국제사회 적극 개입을”

난민들이 통상적으로 날씨가 따뜻하고 조류가 완만한 여름철에 밀입국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이미 두 차례나 대형 사고가 발생한 올해 이들의 조난 사고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엔은 올여름에는 지중해에서 새로운 ‘인류의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OM에 따르면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난민은 3072명으로 2013년(700여명)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유럽에 불법입국한 난민은 28만명으로 추산됐다. 플라비오 디 지아코모 IOM 대변인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긴급 상황이며 작전상으로도 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 공조 체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바티칸을 방문한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유럽과 국제사회가 난민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도 “난민의 91%가 출발하는 리비아의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5-04-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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