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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파문] 고향선 “억울한 정치 희생양” 정치권 “돈 뿌려 금배지 단 사람”

[성완종 리스트 파문] 고향선 “억울한 정치 희생양” 정치권 “돈 뿌려 금배지 단 사람”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15-04-17 00:04
업데이트 2015-04-17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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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前회장에 대한 엇갈린 평가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한쪽에서는 “훌륭한 자선가”라고, 다른 한쪽에서는 “부패한 기업인”이라고 평가한다. 대중들도 성 전 회장의 정체가 무엇인지 많은 호기심을 보이고 있고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다. 비록 고인이 됐지만, 그가 살아생전에 그린 행적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어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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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시민단체 “이완구 총리 퇴진을”
충청권 시민단체 “이완구 총리 퇴진을”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60여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돼 논란을 빚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퇴진과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세종 연합뉴스
성 전 회장의 고향인 충남 서산의 지인들과 그가 조직한 충남포럼 인사들, 의원시절 보좌진, 경남기업 임직원들은 “이런 사람 또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분”이라며 성 전 회장을 극찬했다. 그러면서 그가 남긴 리스트에 적힌 정치인들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며 성 전 회장이 ‘억울한 정치 희생양’이 됐다고 강조했다.

성 전 회장의 보좌관을 지낸 한 측근은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은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돈을 세 보지도 않고 손에 쥐여 줄 정도로 가진 자보다 못 가진 자를 더 위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죽을 때에는 마음을 다 비우는데, 고인이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하면 그랬겠느냐”면서 “죽은 사람 말이 없다고 돈 받아 놓고 안 받았다고 하다니, 정치하는 사람들 창자를 꺼내서 씻어서 다시 넣든지 해야지”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날 만났던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은 통화에서 “이완구 국무총리가 (선거에) 나왔을 때 무조건 밀어라 나쁜 소리 단 한마디도 하지 말라고 했고,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도 미워하지 말라면서 우리에게 야단을 쳤다”고 했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성 전 의원은 같은 해 7·30 충남 서산·태안 재선거에 자신의 동생인 성일종씨를 공천해 달라고 당 지도부에 부탁했다가 거절당한 뒤 김 의원 측과 갈등관계에 놓였었다.

하지만 정치권의 평가는 심할 정도로 야박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성 전 회장은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과도한 집착을 보였던 사람”이라면서 “의원직 상실 이후 여권 핵심들에게 끊임없이 로비를 하며 정치적 재기를 노렸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잠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만에 하나 자살을 할 경우 조용히 마무리된다면 그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메모를 딱 남긴 것을 보고 ‘역시 성완종답다’ 싶었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은 또 친분이 있는 야당 의원들과 만나 입수한 야권의 정보들을 청와대 관계자에게 몰래 흘리거나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해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장학재단은 비자금 세탁소” “돈을 뿌려서 배지를 단 사람”이라는 힐난도 들렸다. 성 전 회장이 충남 서산시가 군 단위였을 때 서산군청 직원들을 불러 회식을 한 뒤 개인별로 10만원씩 쥐여 줬다는 이야기와,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공무원들을 벌벌 떨게 한 일화를 상세히 들려준 사람도 있었다.

새누리당의 한 보좌관은 “정치권에서 ‘도와줬다’는 말은 ‘돈을 줬다’는 말로 통하는데, 성 전 회장이 녹취록에서 자기 입으로 대가 없이 돈을 줬다고 얘기하면서 신뢰관계 운운하며 억울해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 비서관도 “성 전 회장은 결국 자신의 비리를 감싸 준 사람은 리스트에 적지 않고, 법과 원칙을 강조한 사람만 리스트에 적었다”며 “인간적으로 도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2015-04-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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