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첨가물 알고 먹자] <10·끝> 첨가물 표기법 수정 논란

[식품첨가물 알고 먹자] <10·끝> 첨가물 표기법 수정 논란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5-03-15 17:42
업데이트 2015-03-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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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식품첨가물은 안전?… ‘합성’과 차이 없어

‘디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DHMO)’는 무색·무취의 화합물로 DNA 변이를 일으키거나 변성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세포막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DHMO 화합물은 핵무기에도 쓰이며 황산과 같은 폭발물 및 독극물, 니트로글리세린, 에틸알코올에서도 발견된다. 중독성이 대단히 높으며, 호흡기에 들어가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DHMO에 피부가 장기간 노출되면 난치성 조직 손상이 오며, 금속도 부식·산화된다. 화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챘겠지만, 설명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물질 DHMO는 실은 물의 정식 화학명칭이다. 알고 보면 살아가는데 이보다 중요한 물질이 없다. 어렵고 생소한 이런 식의 표기는 식품첨가물도 다르지 않아 종종 오해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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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노코발라민’은 어떨까. 왠지 몸에 좋지 않을 것처럼 여겨지는 이 물질은 비타민 B12의 다른 이름이다. 아스코르빈산이 비타민C인 것처럼 말이다.

전문가들은 음식의 색을 좋게 하거나 형태를 유지하고 산화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넣는 식품첨가물을 무분별하게 섭취할 필요는 없으나, 반대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조언한다. 식품첨가물 하루 섭취 허용량은 사람보다 몸집이 작은 동물에게 먹였을 때 안전한 양의 100분의1로 정한다. 식품첨가물 사용기준은 이보다도 적다. 평균 체중 38㎏의 10세 어린이가 이런 인공감미료를 하루 허용량만큼 섭취하려면 아세설팜칼륨의 경우 껌 34통(25g)을 하루 만에 다 씹고, 수크랄로스는 하루에 음료 13병(1병 290㎖)을 마셔야 한다.

생소한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은 일부 식품업체의 상술에 이용되기도 한다. 후발주자로 커피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모 식품업체는 카제인나트륨이란 생소한 식품첨가물을 유해물질로 둔갑시켰다. 카제인나트륨은 우유단백질인 카제인이 물에 잘 녹을 수 있게 나트륨을 결합시킨 첨가물이다. 모든 우유에 카제인이 들었으니, 만약 카제인나트륨이 유해하다면 우유야 말로 ‘4대 악’으로 규정해 근절해야 할 불량식품이 된다. 식품에 향미증진제인 L-글루타민산나트륨을 빼고 유사한 기능의 다른 첨가물인 식물성단백가수분해물(HVP)을 넣고도 MSG를 넣지 않았다며 무첨가 마케팅을 펴는 식품업체들 때문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SG 무첨가’라는 용어 사용 금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천연 첨가물을 넣었다고 홍보하는 광고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마케팅이다. 안병수 후델식품건강연구소 소장은 “천연첨가물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화학첨가물이나 천연첨가물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식품공전상 천연첨가물인 코치닐 색소는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캐러멜 색소는 면역력을 약화시킨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고 말했다.

엄밀히 말해 천연첨가물은 천연 상태 그대로의 첨가물을 말하는 게 아니다. 천연 재료에서 성분을 뽑아냈을 뿐 화학적 합성 과정을 거친다.

식약처는 업체들이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부추겨 마케팅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식품첨가물 표기에서 ‘천연’과 ‘합성’이란 구분을 없앨 계획이다. 관련 연구용역은 이미 끝났고, 올 연말까지 첨가물 분류체계를 완료해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우리는 첨가물을 화학적합성품, 천연첨가물, 혼합제제류로 구분하지만, 미국은 첨가물의 용도에 따라 직접첨가물, 2차 직접첨가물, 간접첨가물로 구분한다. 유럽연합(EU)은 식품첨가물, 가공보조제, 착향료, 추출용매, 영양강화제로 구분하고 있다. 일본은 천연첨가물이란 표현 대신 ´천연향료기원물질´이란 좀 더 정확한 표기법을 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첨가물을 표기하며 합성과 천연을 구분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합성이냐, 천연이냐라는 구분은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올 뿐”이라고 말했다. 식품첨가물 표기 개편 연구를 맡은 백형희 단국대 교수는 “화학적합성품에 대한 식품업체의 네거티브 마케팅 확산과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식품산업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은 “첨가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합성과 천연이란 구분마저 없애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받을 수 있다”며 “표기법을 고쳐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배타적 감정을 잠재우는 데 열중할 게 아니라, 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불안감을 덜려면 업체들이 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을 제대로 표시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XX맛 시즈닝’ 처럼 두가지 이상의 원료나 첨가물을 섞은 제품은 표기 의무가 면제되는 등 아직 식품첨가물 표시 제도에는 빈 구석이 많다. 그러나 수십 가지에 이르는 식품첨가물을 포장에 모두 표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식약처는 우선 소비자가 첨가물의 용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첨가물마다 용도를 명확히 표기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알쏭달쏭한 식품첨가물 표기를 한글로 풀어쓰면 그나마 이해하기가 쉬울 수도 있지만, 식품전문가들은 고유 명칭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안병수 소장은 “심지어 읽기도 어려운 식품첨가물을 모두 외우고 용도를 세세히 알 필요는 없다”면서 “가령 같은 햄이라도 식품첨가물이 덜 들어있는 것을 섭취하고, 들었더라도 우리집 부엌에서 쓰지 않는 첨가물을 되도록 피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가정집 부엌에서는 감미료인 스쿠랄로스·아스파탐을 쓰지 않고, 음식을 오래 보존하겠다며 보존제인 소르빈산칼륨을 넣지는 않는다.

안 소장은 “식품첨가물은 600가지가 넘지만 자주 사용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니 조금만 관심을 갖고 공부해 몇 가지만 알아두면, 첨가물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어도 미리 알고 섭취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5-03-1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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