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존폐 기로] “원전 피해 감수했는데 땅값만 뚝” “불안 해소·지원책 내놔야”

[월성1호기 존폐 기로] “원전 피해 감수했는데 땅값만 뚝” “불안 해소·지원책 내놔야”

박정훈 기자
박정훈 기자
입력 2015-02-25 00:24
업데이트 2015-02-25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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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로 갈린 경주시 양남면 가보니

수명 연장이냐 폐기냐의 갈림길에 선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전 1호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2년 11월 설계수명을 다해 3년째 가동 중단된 월성원전 1호기(67만 9000㎾)에 대한 계속 운전 허가 심사를 두 차례 개최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26일 다시 심사한다. 24일 찾은 양남면은 월성원전 1호기 폐기를 촉구하는 현수막과 비닐천막 농성장이 지역 민심을 대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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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양남면 주민들이 지난해 8월부터 월성원전 홍보관 앞에 비닐천막 농성장을 설치해 놓고 1호기 폐기와 생계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경주시 양남면 주민들이 지난해 8월부터 월성원전 홍보관 앞에 비닐천막 농성장을 설치해 놓고 1호기 폐기와 생계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월성원전이 들어선 양남면 읍천1·2리, 나아리, 나사리에는 ‘월성원전 계속운전 지역주민 다 죽인다’ 등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월성원전 홍보관 앞에는 7개월째 계속된 비닐천막 농성장도 있다. 이들은 월성 1호기 폐기처분을 원칙으로 생계와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에 따른 특별지원금 3000억원 가운데 피해지역인 동경주에 배정된 금액은 550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모(67·양남면 나산리)씨는 “지금의 삶이 원전이 들어서기 전보다 훨씬 힘들다”면서 “원전이 처음 들어설 때 땅이 강제 수용됐고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땅은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다른 곳으로 나가려 해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영해 나아리 이장은 “원전이 들어선 이후 땅값이 떨어지고 상가들은 장사가 안 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원전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했지만 정작 돌아온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주를 원하는 70여 가구 주민들은 지난해 8월부터 월성원전 홍보관 앞에 비닐천막 농성장을 설치해 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7개월여 동안 1호기 수명 연장 중단과 주민 생존권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대부분이 60~80대 노인들이다. 하지만 현행 원자력안전법(제89조)은 월성원전 원자로에서 반경 914m 바깥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주 보상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주는 현실적인 대안이 못 된다.

주민들은 월성원전과 신월성원전이 건설된 지난 20여년 동안은 그나마 건설인력을 상대로 방을 세놓거나 음식장사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건설경기가 끊긴 이후 지금은 생계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신월성 2호기가 준공된 2012년 이후 건설경기가 사라지고 건설인력도 대거 빠져나가면서 생계를 꾸릴 방법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은 안전성만 확보되면 수명 연장에 응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김모(76·양남면 읍천리)씨는 “전기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할 때 안전성만 확보되면 수명 연장도 수용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을 없애고 수명 연장에 따른 지원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모(83)씨는 “중수로인 1호기를 폐기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경수로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안감 해소와 지원사업 추진을 통해 주민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8년 수명 연장에 들어간 고리 1호기가 좋은 사례다. 당시 고리 1호기도 수명 연장을 앞두고 2년여 동안 반대에 부딪히며 논란을 빚었다. 주민대책위와 환경·시민단체는 반대집회, 단식·천막농성, 탄원서 제출 등을 통해 수명 연장 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고리 1호기는 이해 당사자 간의 대화와 지원사업 약속 등을 통해 가동 중단 7개월여 만에 문제를 풀었다. 따라서 월성 1호기도 지역사회의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과의 대화, 현장 개방, 지역주민 복지사업 지원 등 후속 대책이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민간검증단이 제시한 개선사항 19건에 대한 이행 의지도 과제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월성 1호기는 대규모 설비 개선을 통해 월성 2·3·4호기보다 오히려 안전해졌다”면서 “지금은 지원사업 등을 얘기할 수 없지만 수명 연장이 결정되면 후속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 경주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2015-02-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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