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 ‘세 부모 체외수정법’ 세계 첫 통과

영국 하원 ‘세 부모 체외수정법’ 세계 첫 통과

입력 2015-02-05 00:10
업데이트 2015-02-05 01:4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맞춤형 아기 허용이냐 휴머니즘적 축복이냐

유전적 질병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다른 여자 난자에 부인 난자의 핵을 옮겨 심은 뒤 남편의 정자를 인공수정한다면 어떨까. 의료계는 기술로 이룩한 휴머니즘적 축복으로 묘사한 반면, 두 성인 간 결합을 결혼이라 부르는 사회적 통념에 어긋난다는 반론에서부터 사실상 ‘맞춤형 아기’(designer baby)를 허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영국 하원은 3일(현지시간) 유전적 질병을 대물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대체시술에 의한 체외인공수정 허용을 골자로 한 정부 입법안을 찬성 382표, 반대 128표로 가결시켰다. 오랜 논란을 감안한 듯 이번 표결은 90분에 걸친 치열한 논쟁 뒤 각 의원 양심에 따른 자유 투표로 진행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원 역시 오래전부터 하원 결정을 존중하겠다 밝혀온 만큼 연내에 법이 발효되면 내년 중 세계 첫 3부모 아기가 태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3부모 체외수정은 미토콘드리아 DNA 결함을 지닌 여성의 난자로부터 핵만 빼내 다른 여성의 핵을 제거한 정상 난자에 주입함으로써 유전 질환의 대물림을 막는 방법이다. 미토콘드리아 DNA가 변이되면 심각한 대사질환, 당뇨병, 암, 알츠하이머, 근육위축증, 뇌장애 등이 나타난다. 영국 보건 당국은 법안이 발효되면 자국 내에서 연간 150쌍이 시술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톨릭교회와 영국성공회 등 종교계는 즉각 반대성명을 냈다. ‘인간유전학경고운동협회’의 데이비드 킹 박사는 “생명윤리의 금기를 넘는 행위로 ‘맞춤형 아이’로 가는 길을 터놓을 것”라고 비판했다. 찬성측은 반박했다. 조지 프리먼 생명과학부장관은 “미토콘드리아 DNA는 개별 인간의 고유성을 결정짓는 DNA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눈동자나 머리 색깔, 아이큐 등을 조작하는 게 아닌데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과도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 유전체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핵을 제거한 난자를 단지 대체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취급하는 게 안전한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대체시술은 유전자 연구를 후원하는 웰컴트러스트가 3년 전 9000만 파운드(약 1480억원)의 돈을 뉴캐슬대의 더그 턴불 교수 연구팀에 제공해 개발했다. 뉴캐슬대는 핵 이식 기법으로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던 기관이다. 더그 턴불 교수는 이번 결정에 대해 “미토콘드리아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라고만 밝혔다.향후 구체적 치료 대상이나 일정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법안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에 선천적 결함이 있는 여성 환자가 대체 시술을 받으려면 보건부 산하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미토콘드리아를 기증하는 여성은 태어날 아기와 연관이 없어야 하며, 태어난 아기는 나중에 기증자에 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5-02-05 6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