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11>현대산업개발] 연애결혼 낭만파 父子…학계·정계·재계 등 사돈팔촌으로 얽혀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11>현대산업개발] 연애결혼 낭만파 父子…학계·정계·재계 등 사돈팔촌으로 얽혀

입력 2014-12-15 00:00
업데이트 2014-12-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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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정 家의 화려한 혼맥

‘포니정’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그룹 명예회장과 아들 정몽규(52)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은 집안에서 배필을 정해 준 정략적 결혼이 아닌 소개팅으로 만나 교제 후 결혼한 낭만파 ‘연애결혼’ 부자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의 두 딸이자 정 회장의 누나, 여동생의 결혼과 함께 포니정 일가의 혼맥은 학계·정계·재계·언론까지 사돈 팔촌으로 확장되는 가맥을 형성하게 됐다.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가족들과 1990년대 후반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찍은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남 정몽규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 차녀 유경, 정 명예회장, 부인 박영자씨, 외손자 인영, 사위 노경수, 장녀 숙영, 손자 원선, 준선, 운선, 며느리 김나영씨. 포니정 재단·현대산업개발 제공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가족들과 1990년대 후반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찍은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남 정몽규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 차녀 유경, 정 명예회장, 부인 박영자씨, 외손자 인영, 사위 노경수, 장녀 숙영, 손자 원선, 준선, 운선, 며느리 김나영씨.
포니정 재단·현대산업개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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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본사 포니정홀에서 정몽규(오른쪽)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과 어머니 박영자 여사가 ‘포니정 혁신상’ 행사가 끝난 뒤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흉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언론에는 처음 공개되는 모자(母子) 가족 사진이다. 포니정 재단·현대산업개발 제공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본사 포니정홀에서 정몽규(오른쪽)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과 어머니 박영자 여사가 ‘포니정 혁신상’ 행사가 끝난 뒤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흉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언론에는 처음 공개되는 모자(母子) 가족 사진이다.
포니정 재단·현대산업개발 제공


정 명예회장은 오랜 유학 기간을 보내고 현대건설에 바로 입사해 일에 파묻혀 지내느라 서른이 넘도록 결혼하지 못했다. 보성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정 명예회장은 뉴욕에서 함께 지내던 친구의 소개로 단발머리 여학생 박영자(78) 여사를 만났다. 당시 23세이던 박 여사는 부산에서 올라와 이화여대 정치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첫눈에 반해 세 번째 만나던 날 바로 프러포즈를 했다”면서 “아버지와 다름없던 큰 형님(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형수에게 인사를 시켰는데 모두 마음에 들어했다”고 자서전에 적었다. 명문대가를 따지지 않는 현대가의 결혼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명예회장은 부산으로 내려가 박 여사 부모의 허락을 받은 뒤 만난 지 100일이 안 돼 약혼하고 곧바로 결혼식을 올렸다. 1958년 정 명예회장의 나이 31세 때 일이다.

정 회장의 만남도 순수하다. 지인의 소개로 김나영(48)씨를 만나 반 중매 반 연애로 결혼에 골인했다. 나영씨는 연세대 수학과를 나온 재원으로 키도 크고 미인이었다. 정 회장은 첫 만남부터 김씨에게 반했지만 표현이 서툴러 김씨와의 인연이 이어지지 못할 뻔했다. 그는 김씨를 소개시켜 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키도 크고 집안도 좋고 미인인 데다 마음까지 곱다. (아까운데) 친구 중 누구 소개시켜 주면 안 될까”라며 쑥스러움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후문이다. 다행히 두 사람의 인연은 이어져 슬하에 준선(22), 원선(20), 운선(16) 등 세 아들을 두고 있다. 준선씨와 운선씨는 영국 체류 중이며 준선씨는 이튼스쿨을 나와 현재 옥스퍼드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나영씨는 당시 대한화재보험 김성두 사장의 딸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한화재는 사세가 기울어 가는 회사였다. 정략결혼이었다면 잘나가는 집안과 결혼했을 터지만 현대 집안에서는 이들의 결혼을 반대하지 않았다. 역시 정씨 일가의 결혼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회장 시절 사돈인 대한화재를 살리기 위해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위장 계열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돼 별다른 힘이 되지 못했다. 이 회사는 이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으로 인수됐다.

정 회장의 큰누나인 숙영(55)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장남 노경수(60)씨와 결혼했다. 노씨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국제정치 전문가다. 미국 하버드대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정 회장이 수학했던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4년부터 서울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딸 희진(31), 인영(30)씨가 있다.

정 회장의 매형의 동생이자 노 전 총리의 차남 노철수 애미커스그룹 회장(중앙영어미디어 중앙데일리 발행인)은 중앙일보 고 홍진기 회장 딸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과 결혼했다. 홍 부관장의 언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배우자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다. 그의 오빠는 전 주미대사였던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다. 현대, 삼성가와 동시에 사돈 관계를 맺은 노신영가로 인해 포니정가는 자연스레 삼성가와 인연이 닿게 된다.

정 회장의 여동생인 유경(44)씨는 섬유생산업체 김석성 전 전방 회장의 1남 4녀 중 막내인 종엽(45)씨와 결혼했다. 유경씨는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공부한 뒤 현대산업개발에서 잠시 근무했다. 역시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나 1년 동안 사귀다가 결혼하게 됐다. 두 사람은 두 아들(지수, 연수)을 뒀다.

유경씨의 시아버지인 김 전 회장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어머니 김문희씨와 사촌이다. 정 회장의 처숙부인 현대상선 김성만 부회장은 현 회장과 사돈이다. 현대그룹의 백기사라 불렸던 현대산업개발 간 가맥도 아버지대부터 얽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2014-12-1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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