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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 달러·엔화로 물건 사면 위안화로 거스름돈

북한서 달러·엔화로 물건 사면 위안화로 거스름돈

입력 2014-10-26 00:00
업데이트 2014-10-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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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자가 본 북한…”경제 조금씩 개선, 중국 영향 가능성”

북한을 방문한 일본 학자들이 북한 경제가 중국과 긴밀하게 연계된 가운데 다소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최근 학술 교류단의 일원으로 1주일간 북한에 다녀온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와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난 23일과 24일 이뤄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경제 상황이 나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 물자·자원 상황 호전, 패션·스포츠에도 관심 = 2005년 이후 9년 만에 방북한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의외지만 결과적으로 북한 경제가 조금씩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미사일 발사·핵실험을 계기로 일본이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있고 한국이 2010년 이후 5·24 조치로 북한과의 교역을 중단한 상황에서 북한 경제가 어떤 상태인지에 주목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1991년부터 수차례 북한에 다녀왔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에서는 작년 9월에 이어 두 번째 방북한 와다 명예교수도 북한 경제 상황이 나아졌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북한이 1990년대 중반에 겪은 어려운 시기를 끝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두 명예교수는 평양 거리의 분위기, 사람들의 복장, 물자 유통, 교통, 전력공급 상황 등을 보며 이런 변화를 실감했다고 강조했다.

평양의 호텔에서 동평양 화력발전소의 굴뚝 2개가 보였는데 연기가 제대로 나오고 있어 과거와 달리 별문제 없이 가동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고 이번 방북 기간에는 정전을 겪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휴대전화가 상당히 많이 보급됐으며 식당에 가면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여러 가지 있었다는 것이 이 학자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학술 교류단 중 한국에 비교적 자주 가는 일부 학자가 “대동강 맥주 맛이 한국 맥주보다 좋아졌다”고 평가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머리를 말총처럼 뒤로 묶는 이른바 ‘포니테일’ 스타일이나 하이힐이 유행하는 등 북한 사회가 부쩍 외모에 신경 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두 학자는 입을 모았다.

또 평양에 택시가 대량으로 보급됐고 출퇴근 시간에 정체 수준은 아니지만, 차량이 꽤 많이 다니는 등 주민들이 활발하게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오코노기 교수는 “길을 걷다가 손을 들면 택시가 와서 멈출 정도”라며 “그 정도로 택시가 달리는 것은 휘발유가 (꽤)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여기저기서 배구, 농구, 축구 등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노동신문이 “체육 열풍”이 불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힘을 내라’는 말만으로는 북한 주민이 견디지 못하므로 약간의 즐길 거리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유원지를 만들고 식당을 늘리는 등의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김정일은 똑같은 구호를 반복하면 싫증이 나서 효과가 없으니 사람을 매혹하는 구호를 내야 한다며 ‘말과 구호’를 강조했는데 김정은은 구호를 많이 내지 않고 모란봉 악단의 합창과 함께 내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제1위원장이 연예·오락적인 요소를 통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의 부친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이나 평양에서 열린 국제 프로 레슬링 대회 등을 예로 들었다.

◇ 위안화 널리 사용…”경제 한 단계 상승 시도하는 듯” = 두 명예교수는 평양에서 달러나 엔화로 물건을 사면 위안화로 거슬러 줄 정도로 중국 화폐 사용이 보편화했고 북한 경제 상황이 나아진 것에도 중국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슈퍼마켓에서 중국 제품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었다고 밝혔으며 와다 명예교수는 “북한과 중국이 다퉜다고도 하지만 중국이 도와주고 나름대로 이익을 취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단순히 먹고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고 시도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과거와 달리 정치적 지위나 계급과 상관없이 누구든 돈이 있으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수 있게 되는 등 이제 북한 당국이 완전히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북한이 작년에 전년도보다 30만t 늘어난 566만t의 곡물을 생산했고 올해는 가뭄을 겪었음에도 비슷한 정도의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고 식량 상황을 전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흔히 경제 발전이 평양에만 집중됐다고 하지만 지방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원산에 가는 도중 시골 지역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주민을 종종 볼 수 있었다”며 이들이 농작물을 팔아 돈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추정했다.

와다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학술 교류단 10명은 지난 7∼13일 북한을 방문했다.

학술 교류단은 평양에 머무는 가운데 중간에 당일치기로 원산에 다녀왔으며 마식령 스키장도 방문했다.

북한은 이들 학자의 요청에 따라 방북을 허용했으며 이들이 방문을 희망하는 장소를 심사해 가부를 판단했다.

북한 당국은 학술 교류단이 슈퍼마켓을 잠시 살펴보게 했으나 장마당(시장) 방문을 허용하거나 일반적인 북한 주민과 대화할 기회를 주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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