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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상처 후비는 보스니아 교과서 전쟁

내전 상처 후비는 보스니아 교과서 전쟁

입력 2014-09-02 00:00
업데이트 2014-09-02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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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의 대학생 다니엘 에로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보스니아에 나치 괴뢰정권을 세웠던 독재자 우스타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가 배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는 “우스타세가 전쟁 중에 훈련 캠프를 운영했다”라고만 나와있기 때문이다.

에로르는 최근에야 그 캠프가 유대인 10만명을 학살한 야세누바크 수용소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에로르가 야세누바크 수용소를 몰랐던 건 크로아티아계인 우스타세의 과오를 말하지 않는 크로아티아 역사교과서로 공부했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사이어스모니터(CSM)는 1일 보스니아의 역사교과서 문제를 짚었다. 2차 대전 이후 가장 잔혹한 전쟁이라는 보스니아 내전이 끝난 지 20년이 됐지만 ‘역사교과서 전쟁’으로 인해 ‘국민통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25만명이 목숨을 잃은 내전이 끝난 뒤 보스니아는 이슬람계와 크로아티아계가 주축이 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세르비아계가 주축이 된 ‘스릅스카 공화국’으로 나뉘는 1국 2체제를 채택했다. 두 체제에는 별도의 입법부와 행정부가 있다. 여기에다 세르비아계와 보스니아계, 크로아티아계에서 각각 뽑힌 3인의 공동 대통령이 8개월씩 돌아가며 국가를 대표한다.

통합되지 못한 정치는 역사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됐다. 세르비아 교과서, 보스니아 교과서, 크로아티아 교과서가 별도로 있다. 각각의 교과서는 상대를 ‘침략자’로, 자신은 ‘피해자’로 기술해 학생들에게 ‘증오의 민족주의’를 부추긴다.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교과서 통합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정치권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교육부장관이 무려 13명에 이르는 데는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이전투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역사교과서 통합 운동을 벌여온 역사학자 카타리나 바탈리오는 “정치인들이 역사교과서를 매개로 민족주의를 부추겨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사실과 시각을 허용하지 않는 역사교육이 계속되는 한 보스니아의 미래는 어둡다”고 말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2014-09-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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