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공예품 진수 국보급 ‘나전경함’의 귀환

고려 공예품 진수 국보급 ‘나전경함’의 귀환

입력 2014-07-16 00:00
업데이트 2014-07-16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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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대영박물관 등 9점 현존…임진왜란이나 일제 때 강탈된 듯

“2010년 11월 일본 주니치신문에 현존 아홉 번째의 고려시대 ‘나전경함’(鈿經函·경전 등을 담는 함)을 발견했다는 기사가 실렸어요. 반드시 찾아와야겠다고 생각했고, 수소문 끝에 교토의 이름난 고수집상이 갖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죠. 반년간 여섯 차례나 방문한 끝에 지난 2월 가까스로 실물을 봤습니다. 팔 생각이 없다는 연로한 소장자를 설득해 지난 5월 23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입고했어요. 국내에 단 한 점도 남아 있지 않던 고려 나전경함이 처음 고국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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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된 ‘국보급’ 고려시대 나전경함. 13~1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은 전 세계에 현존하는 9점의 고려 나전경함 중 하나로, 얇게 갈아낸 자개를 일일이 붙이는 고려 특유의 나전 기법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된 ‘국보급’ 고려시대 나전경함. 13~1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은 전 세계에 현존하는 9점의 고려 나전경함 중 하나로, 얇게 갈아낸 자개를 일일이 붙이는 고려 특유의 나전 기법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신성수 국립중앙박물관회 컬렉션위원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처음 실물을 봤을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제2강의실에서 사단법인인 중앙박물관회로부터 기증받은 국보급 문화재 ‘고려 나전경함’을 처음 공개했다. 1년여 공을 들여 박물관회가 구입한 ‘국보급’ 유물이다. 박물관회 측이 구입가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뛰어난 예술성과 희귀성 덕분에 경매시장에선 2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전경함은 고려 공예미술의 정수로 꼽히는 나전칠기로 모란당초 무늬 등을 이용해 화려하게 장식한 뒤 동물뼈로 만든 골분으로 마감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고려시대 경함 제작을 담당한 개경의 ‘전함조성도감’에서 만들어져 왕실이나 귀족층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자(靑瓷), 불화(佛畵)와 함께 고려 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공예품으로, 지금까지 그 존재가 확인된 것은 이번에 공개된 유물까지 단 9점에 불과하다. 고려불화가 전 세계에 160여점, 국내에 10여점 남아 있는 것과 비교된다. 박물관 측은 “반입된 나전경함을 제외하면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보스턴박물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박물관에 각 1점,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2점, 도쿄 기타무라미술관, 나고야 도쿠가와미술관, 일본 개인 소장가에게 1점씩 8점이 국외에 소장돼 있다”면서 “일본은 소장한 5점 중 3점을 보물급인 중요문화재로 지정했다”고 전했다.

공개된 경함은 높이 22.6㎝, 가로 41.9㎝, 세로 20.0㎝의 크기로 무게는 2.53㎏이다. 뚜껑 윗부분의 모서리를 둥글고 부드럽게 처리하는 등 고려 나전경함의 전형적인 형태를 띤다. 이용희 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주로 장식된 무늬는 모란당초무늬로 일본 기타무라미술관에 소장된 고려 나전경함과 매우 흡사하다”며 “마엽무늬, 귀갑무늬, 연주무늬가 부수적으로 사용됐는데, 꽃 한 송이에 9개의 나전조각이 사용되는 등 2만 5000여개의 나전을 일일이 손으로 떼 붙였다”고 설명했다.

기법으로는 줄음질(자개를 무늬대로 오려내는 기법)과 끊임질(자개를 가늘게 잘라낸 후 무늬를 만드는 기법)이 사용됐다. 무늬 안쪽에 다시 선각을 해 세부를 표현하는 모조법도 두드러진다. 또 결이 곧은 침엽수 판재로 만들어졌는데, 뒤틀림과 갈라짐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에 천을 입히고 그 위에 골회 옻칠과 검은 옻칠을 여러 번 발라 도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학예연구관은 “이 나전경함이 언제 어디서 만들어져 일본으로 유출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고려 말기인 13~14세기에 제작돼 일본에 선물로 보내졌거나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 강탈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7-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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