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유리상자 안에서 음악하는 게 아닐까 고민… 연주자의 삶 돌아보고 있어요”

“유리상자 안에서 음악하는 게 아닐까 고민… 연주자의 삶 돌아보고 있어요”

입력 2014-06-30 00:00
업데이트 2014-06-30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새달 10일 금호아트홀·12월 로린 마젤과 협연… 피아니스트 윤홍천

섬세한 타건으로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별칭이 붙은 차세대 피아니스트 윤홍천(32).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고민이 하나 생겼다. 지난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이 시대 음악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하는 물음이 머릿속을 맴돈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피아니스트 윤홍천
피아니스트 윤홍천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우리가 음악을 유리상자 안에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컸어요. 음악이 대중을 위한 게 아니라 일부 돈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음악이 예술이 아닌 성공의 도구로 전락한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계속됐죠. 콩쿠르 우승이나 눈에 띄는 스토리를 만들지 않으면 좋은 무대에 설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갈등도 크고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하며 연주자로서의 삶을 정립해 보고 있어요.”

독일 뮌헨에 살며 유럽, 한국 무대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그는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만큼이나 농익은 연주 실력으로 현지에서 인정받고 있다. 오는 2018년까지 5년간의 프로젝트인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 음반 1차분은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에서 “여러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음반 가운데 손꼽힐 만하다. 깔끔하게만 치는 게 아니라 곡의 뉘앙스와 극적인 면을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의 한 단계 도약은 오는 12월에도 예고돼 있다. 세계적인 지휘자 로린 마젤(84)이 이끄는 뮌헨필하모닉오케스라와의 협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직접 마젤에게 편지를 보낸 뒤 오디션을 통해 ‘간택’을 받은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존경해 오던 음악인과 교감하게 된다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지휘를 잘하시는 분은 많아요. 하지만 주로 브루크너나 베토벤 곡으로 역량을 드러내는 다른 지휘자들과 달리 마젤은 한정된 레퍼토리에 갇히지 않고 오페라, 현대음악 등을 모두 아우르죠. 팔순이 넘으셨는데도 블로그, 트위터나 본인이 직접 만든 캐슬턴페스티벌(미 버지니아주) 등을 통해 젊은 연주자들과 활발히 교류하고요. 외골수가 아닌 전방위 음악인의 상을 보여주시는 분이라 더욱 배우고 싶어요.”

협연 프로그램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그와는 인연이 깊은 곡이다. 첫 독주 음반에 담긴 곡일 뿐 아니라 그를 독일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하게 만든 곡이다. “처음엔 의아했어요. 오케스트라가 부각되는 곡이 아닌 오케스트라가 솔리스트에게 맞춰야 되는 곡이거든요. 피아니스트로서 그만큼 역량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곡이 없기 때문에 저를 배려한 선택인 것 같아요.”(웃음)

다음달 10일에는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박성용영재특별상 앙코르 무대를 5년 만에 꾸민다. 19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아르츠콘서트-로마 위드 러브’ 무대에 선다. 9월에는 독일 4개 도시 투어 리사이틀, 10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이 줄줄이 잡혀 있다.

특히 이번 금호아트홀 연주회에서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 B플랫 장조 D.960과 리스트가 편곡한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S.178 등 3곡을 직접 골랐다. 슈베르트 후기 작품을 담은 두 번째 독주 음반(2011)으로 현지에서 ‘독일인보다 독일 음악을 더 잘 해석하는 남자’로 통했던 만큼 더욱 기대를 모은다. 그는 “처음 독일에 왔을 때 슈베르트의 가곡을 종일 들으며 독일 문화, 슈베르트의 내면에 침잠해 보려 노력했다”며 “베토벤의 후배인 슈베르트와 리스트가 소나타 형식을 어떻게 각각 개성적으로 풀어갔는지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4-06-30 18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