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연, 반달가슴곰 그리고 사람/김종완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보전처장

[기고] 자연, 반달가슴곰 그리고 사람/김종완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보전처장

입력 2014-06-24 00:00
업데이트 2014-06-24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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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보전처장
김종완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보전처장
지난 6월 8일 오후 10시쯤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지리산 벽소령대피소 앞에 있던 탐방객 2명에게 접근해 이들이 갖고 있던 침낭을 물어뜯었다. 아마도 대피소 인근 음식물 쓰레기 냄새를 맡고 접근했으나, 전기펜스로 접근이 곤란하자 대피소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배낭과 침낭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 먹이로 오인해 충돌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인명피해 없이 상황은 종료됐으나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실 야생 곰은 경계심이 매우 커 사람을 먼저 피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2004년부터 10년간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이 활동했던 위치 정보 2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반달곰이 탐방로 변 20m 이내에서 머물렀던 비율은 0.8%에 불구하고 200m 이내가 약 9%, 500m 이상을 벗어난 경우는 약 70%에 이르렀다. 반달가슴곰은 탐방로를 벗어난 깊은 산 속일수록 활동 빈도가 높고 인적이 많은 탐방로는 피해서 활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반달곰에 의한 탐방객 피해가 없었던 점은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지정된 탐방로가 아닌 샛길을 출입하거나 야간산행과 비박하는 경우에는 반달곰과의 조우 확률이 높아진다. 이 같은 불법행위는 개인의 안전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반달가슴곰에 대한 복원사업을 어렵게 만든다. 야생동물들이 다녀야 할 이동로에 샛길이 만들어지고 그들의 잠자리까지 빼앗고 있으니, 좁아진 서식환경으로 인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가는 것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어쩌면 당연한 자구책일 것이다.

곰은 한반도의 야생환경에서 살아가는 최상위 대형동물로서 곰이 서식하는 환경에서는 함께 사는 많은 소형동물들이 그물처럼 연결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먹이경쟁으로 멧돼지, 고라니 등의 숫자를 줄여 농작물 피해를 감소시키고, 희귀 멸종 위기식물들의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 역할도 한다. 즉 우산종(Umbrella Species)이자 생태계 조절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곰은 환경교육과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훌륭한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곰이 살고 있는 지리산은 아이들에게 우리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고 곰을 주제로 한 다양한 생태관광프로그램을 개발, 환경교육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려면 서로에 대한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 약간의 인내와 양보도 필요하다. 자연에 대한 넓은 아량을 갖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지혜롭고 성숙한 우리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2014-06-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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