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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벤처의 씨앗, 기술 사업화/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열린세상] 벤처의 씨앗, 기술 사업화/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입력 2014-05-30 00:00
업데이트 2014-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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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성장과 고용이라는 양대 국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 벤처 활성화다. 1년 전 정부는 5·15 벤처활성화 대책을 발표했고 올해 초 대통령은 제2 벤처 활성화를 선언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성장 사다리펀드와 4조원 규모의 벤처 지원을 하겠다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발표됐다. 그래서 지금 시중에는 벤처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벤처 펀드 결성은 작년보다 4배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막상 기업 현장의 이야기는 다르다. 돈이 중간과정에서만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 캐피털들이 추가 펀드조성은 했으나 추가 투자는 유보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당장 문제는 투자 회수 시장의 문제다. 벤처 캐피털과 엔젤 캐피털이 투자한 돈을 회수할 코스닥과 M&A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가들은 회수가 확실한 기업만 고르다 보니 막상 투자할 곳이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더욱 본질적 원인은 차별화된 핵심역량을 가진 고품질 창업의 부진이었다. 2002년 벤처 건전화 정책으로 촉발된 10년 벤처 빙하기 동안 고품질 창업의 씨를 뿌리지 않았기 때문에다. 그렇다면 대안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즉 한국 벤처의 문제는 자금 공급보다 회수 시장의 활성화와 벤처창업의 씨앗인 기술사업화의 활성화라는 것이다.

한국은 국가 전체 연구개발(R&D) 투자액 55조원 중 정부가 17조원의 R&D 지원을 하고 있고, 이는 실질적으로 GDP대비 세계 1위다. 그런데 기술사업화의 비율은 미국의 절반에 불과한 1.6% 수준이다. 연구개발 투자에 비해 사업화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연간 17조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 R&D의 결과를 기술사업화로 연결해 벤처의 씨앗을 널리 뿌리는 것이 제2 벤처 활성화의 본원적 대책이다.

문제는 기술사업화를 위한 정부의 엄청난 노력에도 성공적인 실적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술사업화를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나열해보자. 산학협력단, 창업보육센터, 테크노파크, 기술이전조직(TLO), 기술지주회사, 창업선도대학, 산학협력대학 등 엄청나게 많은 기술사업화 관련 조직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추가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실로 초라하다. 매년 혁신 개혁을 수립하고 실천하는데 결과는 큰 변화가 없었다. 도대체 문제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친절한 금자씨’ 역할을 하는 파편화된 정부의 과도한 역할이 문제의 첫 번째 본질이다. 공무원들은 바쁘게 일하고 산하조직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투입대비 성과가 없다는 것은 실천상의 문제가 아니라 본원적 패러다임의 문제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첫째는 벽으로 가로막혀 협력하지 않는 파편화된 정부 구조다. 산업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국방부, 중소기업청 등 관련 정부 기관들은 자신들만의 아성을 구축해 상호협력을 저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창업선도대학은 산학협력단과 조직 공유를 해서는 안 된다. 산학협력대학은 별도의 조직으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미래부와 교육부의 연구과제를 산업부와 중기청이 후속과제로 채택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규제의 벽으로 가로막힌 파편화된 울타리 속에서의 기술개발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두 번째 본원적 문제는 시장과의 연결 단절이다. 기술사업화는 기술과 시장의 연결이다. 그런데 기술사업화 조직에는 시장 전문가가 없다.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네트워크 효과다. 작은 규모의 시장 몇 개보다는 큰 규모의 시장 한 개가 더 큰 가치를 가진다. 개발된 기술사업화 과정은 통합된 시장 플랫폼 위에서 꽃필 수 있다. 국가 기술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DB가 없다. 바로 통합된 기술거래소의 부활이 필요한 이유다.

세 번째로 기술평가 체계가 본원적으로 혁신돼야 한다. 94%의 연구 성공률이란 자랑이 아니고 부끄러운 한국의 민낯이다. 실패하지 않는 연구 결과, 대박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실패하면 과제 책임자가 불이익을 받는 현실에서 과감한 도전은 기대할 수 없고 혁신적 기술이 탄생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결론이다. 이제 실패를 지원해 성공률을 낮추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 강력히 시작되어야 한다. 기술사업화는 창조경제의 꽃인 벤처, 그 꽃의 소중한 씨앗이다.
2014-05-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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