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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오바마 순방이 남긴 외교과제/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열린세상] 오바마 순방이 남긴 외교과제/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입력 2014-05-02 00:00
업데이트 2014-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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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은 미국이 다시금 동북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방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부는 끔직한 인권침해’라며 과거사문제에 대해 미국이 일본의 인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의 강조도 잊지 않았다. 방일에서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방어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 일본의 편을 들어줬다.

그러나 중국에 일정 부분 배려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28일 필리핀과의 군사협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중국을 의식한 나머지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삼가고 있다. 즉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도 조정자로서 역할에 충실한 것이었다. 한·일관계에서 미국의 역할을 기대했던 한국으로서는 한국의 외교 방향을 새롭게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오바마 순방에서 미국이 보여준 모습은 동아시아에서의 세력 전이 현상과 깊은 연관이 있다. 현재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동맹 체제를 다양한 형태로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도 동북아 지역의 경제활동의 중심지로서의 위치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한국, 일본, 호주 등은 중국과의 무역과 투자관계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에 경제적인 기회를 확대시켜주는 것은 중국이다. 미국도 중요 시장이지만 중국이야말로 동아시아 경제활동의 중심지이며 이 지위는 앞으로도 점차 심화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동아시아는 미국이 지배하는 안보 질서와 중국이 지배하는 경제 질서의 이원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동아시아 지역은 미국 주도의 단순한 패권적 질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중국이 대두해 지역 안보의 패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대부분 동아시아 국가들은 안보와 경제 중 어디를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선택지를 강요받고 있다. 즉 동아시아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와 안보의 이해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할 필요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일본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일동맹에 더욱더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결과 미국이 요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이 참가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일본의 정치적인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이 활발한 지역전략을 취함에 따라 많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의 안전보장관계를 한층 더 심화시키는 현상이 나타났다. 동아시아 각국은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미국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동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은 이전과 달리 단순히 미국 혹은 중국과 동맹을 강요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또한 미국, 중국과의 선택이 강요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최대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안정된 관계를 원하다. 한편 최대의 안전보장 파트너인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안정적 동맹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 결과 미국 또한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여 동맹의 코스트를 늘리려는 유인은 적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도 영토분쟁 및 경제적인 분쟁을 둘러싸고 지역 내 과도하게 강압적, 공격적인 태도는 지속할 수 없게 됐다. 만약 중국이 공격적인 분쟁을 야기한다면 동아시아 국가와 미국의 결합은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지역시스템의 과도기적인 현상은 한국에는 역설적으로 동북아 협력을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촉진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6자회담이 오랜 동면기간에 들어가면서 북한발 지역 불안정 가능성이 커졌다. 센카쿠에서 중·일갈등, 남중국해에서 베트남과 필리핀과 중국의 다양한 영토분쟁과 민족주의적 충돌 양상이 빈발함에 따라 역내 국가들 간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갈등들을 관리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또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지속하고 역내 국가 간 교역규모가 커지면서 평화적 공존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증대되고 있다. 한국의 위상이나 국제적 역량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을 고려하면 한국이 동북아 협력에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취하기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 조속히 역내 다자 간 협력을 견인하는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구체화해 한국이 지역 협력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2014-05-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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