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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 “정부의 초기 무책임한 태도 - 미확인 보도 남발이 불신 초래”

[세월호 침몰 참사] “정부의 초기 무책임한 태도 - 미확인 보도 남발이 불신 초래”

입력 2014-04-21 00:00
업데이트 2014-04-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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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왜 유언비어 귀 기울이나

지난 16일 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이후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정부 당국에서는 “허위사실”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에게는 사소한 말이라도 흘려 넘길 수 없는 상황인 터라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초기 무책임한 태도로 불신을 자초한 정부는 물론 자극적인 내용을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한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 세월호 생존자 사칭 메시지가 초등학생의 장난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경찰청 제공
지난 16일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 세월호 생존자 사칭 메시지가 초등학생의 장난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경찰청 제공
지난 19~20일 페이스북 등에는 ‘이 영상은 꼭 공유해 함께 봐야 한다’는 글과 함께 ‘용역 깡패가 진도 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을 폭행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유포됐다.

하지만 전남지방경찰청은 “실종자 가족 대표에게 확인한 결과 폭행하는 남성은 실종자의 아버지로 확인됐고 가족 간 사소한 다툼이 몸싸움으로 이어졌다”면서 “용역 폭력배가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20일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려고 하자 정부 측에서 ‘(선체) 내부에 30명 정도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하는 건 구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득했다”는 내용이 인터넷에 돌았으나 경찰은 “사실무근이며 유언비어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페이스북에는 진도 해역에 있는 것처럼 위치를 표시해 ‘제발 이것 좀 전해 주세요. 식당 옆 객실에 6명이 있어요. 유리 깨지는 소리 나요’라는 메시지가 떠돌았으나 이 또한 거짓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도 언론도 믿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인 이들은 “정부의 구조 활동이 거의 진행되지 않는데 언론이 현실과 다른 얘기를 보도하고 있다”, “기자들은 모두 나가라” 등의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19일에는 방송사 취재진 5명가량이 실종자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폭행을 당했고, 방송사 카메라가 파손되기도 했다.

사고 직후 일부 매체가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경기교육청의 발표를 여과 없이 내보내는 등 속보 경쟁에 매몰돼 불확실한 정보를 쏟아낸 언론의 ‘업보’인 셈이다. 지난 18일 모 종합편성채널 뉴스에서 민간 잠수부를 사칭한 홍모(26·여)씨가 “해경이 민간 잠수부들의 구조 작업을 막았고 대충 시간이나 때우라고 했다”고 말한 인터뷰를 확인 없이 내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특정 다수가 접할 수 있는 SNS에서 유언비어들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사실처럼 퍼지는 상황”이라면서 “국민들이 유언비어를 신뢰하게 되는 것은 공공 영역에서 사실을 전달해야 할 정부와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도 “새로운 뉴스, 구조 소식을 듣고자 하는 간절한 상황에서 정부의 의사소통 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유언비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면서 “유언비어가 유포돼도 국민들이 자정할 능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정부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월호가 잠수함과 충돌했다’, ‘한·미 연합훈련으로 세월호 항로가 변경됐다’는 등의 의혹에 대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사고 당시 인근에서 작전이나 훈련이 없었고, 미 해군의 본험 리처드함도 100마일 떨어진 공해상에 위치했다”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4-04-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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