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커뮤니케이션실 신설… 납품 비리 등 아마추어적 대응 일관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와 관련해 신헌 롯데쇼핑 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롯데챔피언십 참석을 위해 하와이에 머물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조기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회장은 ‘격노’했지만 그룹은 그동안 “검찰 조사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해 안타까움을 키웠다. 사실 업계에선 신 대표의 검찰 소환을 계기로 차기 롯데쇼핑 대표가 누가 될 것이란 얘기도 일찌감치 돌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진세 롯데슈퍼·코리아세븐 총괄사장이 후임자로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소 총괄사장은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와 함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인사철마다 롯데쇼핑 대표 자리를 놓고 다투던 인물이다. 하지만 2012년 후배인 신 대표에게 밀렸으며 올 2월 인사에서는 롯데슈퍼·세븐일레븐 대표 자리에서도 내려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룹 측은 신 회장 귀국은 물론 후임 논의에 대해서도 “(회장이) 현지에서 끝까지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후임 논의도 그때 가 봐야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5위 기업답지 않은 아마추어 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이 루머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신 대표의 거취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신 대표가 오너 일가의 ‘민감한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입방아를 찧고 있다.
롯데는 올 초 인사에서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했다. 경제민주화 흐름과 더불어 세무조사, 개인 정보 유출, 제2롯데월드 안전사고 등 숱한 악재를 헤쳐 나가기 위해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이 정도로 (상황 인식에 대한) 감이 없을 줄 몰랐다”며 “커뮤니케이션실 신설이 무색하다”고 꼬집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2014-04-18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