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정보의 바닷속 어항에 갇힌 호모 피시/이애경 작가·작사가

[문화마당] 정보의 바닷속 어항에 갇힌 호모 피시/이애경 작가·작사가

입력 2014-04-17 00:00
업데이트 201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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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 우리들은 정보의 바닷속에 마련된 작은 어항 속에 갇힌 인류일지도 모른다. 어항에 갇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바다에서 산다고 착각하고 사는 그런 물고기처럼 말이다. 온 세상의 정보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우리들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선택되고, 추려진 정보들만 접하게 된다. 그리고 낚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현대 인류는 ‘호모 피시’(homo fish)로 정의될 수도 있겠다.

이애경 작사가
이애경 작사가
하이텔, 유니텔, 천리안, 나우누리가 지배했던 PC통신 시대. 전화선을 이용하는 인터넷 방식이라 식구들이 잠을 자는 밤에 주로 접속해 사이버 세상을 만들었다. ‘접속’이라는 영화까지 나왔으니 꽤나 이 시대에는 감상적이고 사람 냄새가 났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채팅하고 동호회를 만들어 교류하고 밖에서 만났다. 적당한 시간을 가상공간에 할애했고 상당히 아날로그적이었다.

진화를 거듭한 사이버 세상은 무선 환경까지 도달했다. 직장, 가정에 설치된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까지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정보에 다가갈 도구를 얻게 된 것이다.

지하철에서는 물론 친구들을 만나서도 각자 자기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어항 속을 헤엄쳐 다닌다. 다른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놓은 사진과 글들을 끊임없이 체크하고 자신도 무언가를 올려놓는다. 내가 놓치고 있는 세상 소식을 만들지 않으려고 실시간 검색어를 살피고 클릭해 뉴스를 읽는다. 덕분에 이슈팀이라는 디지털 미디어 집단도 생겼다. 어떤 것이 특별한 이슈가 되면 기사가 수천 개씩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기존 인쇄매체인 신문보다 이쪽에서 나오는 광고수입이 월등히 높다.

대부분 사람들이 개인 블로그, SNS에 보여주고 싶고 말하고 싶은 선택된 단편만을 올려놓는다. 때문에 개인이 만들어냈든, 집단이 만들어냈든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은 어쩔 수 없이 제한적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겨났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안에서 사람들은 더욱 고독해진다. 게다가 이미 블로그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의 속내를 담은 정보들이 물밀 듯이 들어와 있다. 우리들은 이렇게 바다 속 어항 안에서 헤엄쳐 다니다가 누군가 던져놓은 떡밥을 물기도 하고 소위 ‘낚이기도’ 한다.

때문에 내 손안의 세상이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고 사는 것은 위험하다. 인터넷은 ‘세상을 보는 창’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수백 개의 창 중 하나’다. 가상의 공간에서 떠도는 것들에 묶인 채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 고독한 호모 피시가 되지 않고 어항에서 나와 진짜 바다를 헤엄치기 위해서는 손에 든 스마트폰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만 좀 ‘들여다보고’ 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직장인들 세 명 중 한 명이, 청소년들의 대부분이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것은 인터넷 중독에 이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 한 해 동안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해 듣고 본 많은 것들이 얼마 만큼 실재하는 우리의 삶에 남아 있는지를 돌아보면 좋겠다. 그때 관심 가졌던 수많은 정보, 인터넷에 쏟아놓은 말들이 부유물처럼 표류하다 사라져버렸다면 목적 없이 인터넷을 뒤지는 일을 멈추고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아야 한다. 반복되는 이 사이클 속에 갇힌 채 평생을 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2014-04-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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