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으로 희망의 인증샷

마음의 눈으로 희망의 인증샷

입력 2014-04-03 00:00
업데이트 2014-04-03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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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무료 사진봉사 하는 시각장애인 시태훈씨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 어쩌면 이렇게 사진을 잘 찍느냐’는 한마디가 저를 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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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태훈씨
시태훈씨
2일 서울 강서구 등촌3동 자택에서 만난 1급 시각장애인 사진사 시태훈(48)씨는 “제가 찍어 준 사진을 본 어르신들과 신혼부부의 미소가 끊임없이 사진을 찍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시씨는 2008년부터 영정 사진과 장애인 신혼부부 결혼 사진을 무료로 찍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이 무슨 사진을 찍느냐며 못 미더워한 분들도 제가 찍은 사진을 보여 드리면 반응이 금세 달라진다”며 활짝 웃었다. 시씨가 웃음을 되찾은 건 채 10년이 안 됐다. 선천성 뇌 기형 및 안구진탕증이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나 뇌전증(간질) 때문에 거리를 걷다 쓰러져 정신을 잃기 일쑤였다. 극심한 우울증까지 앓았던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강을 7차례 이상 찾았다. 그러던 2005년 어느 날, 의사가 취미 생활을 권했다. 그때부터 관악구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사진교실에서 사진을 배웠다. 시씨는 “처음에는 과연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면서도 “사진 촬영법을 가르쳐 주신 한상일 상명대 교수님의 칭찬 덕에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현재 시씨는 10㎝ 정도의 거리에 있는 물체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앞이 가물거리고 뿌옇게 보이는 상태다. 활동보조인 원모(58·여)씨가 따라다니면서 카메라가 흔들리거나 각도가 맞지 않으면 알려주고 피사체와 거리도 조정한다. 5년 전 ‘대전·충남 봄꽃 축제 사진전’에 나팔꽃 사진을 출품해 대상을 타는 등 각종 대회에서 여러 번 입상한 ‘실력파’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시씨는 병원비로 떠안은 빚만 1000만원가량이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합쳐 한달에 받는 돈 58만원 가운데 병원비로 매달 38만~40만원이 빠져나간다.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도 그는 무료로 사진 찍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시씨는 “사진은 절망에 빠져 있던 나에게 마음의 안정과 삶의 활력을 되찾아 줬다”면서 “사진을 찍지 않으면 우울증이 오히려 심해지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는 ‘사진장이’의 꿈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저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처한 사람들, 미혼모들의 아기 돌사진이나 뇌전증 환자들을 위한 사진을 찍고 싶어요. 나중에 꼭 전시회를 열어서 시각장애인도 사진을 멋있게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꿈입니다.”

글 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4-04-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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