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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엄마의 ‘공부 알약’… 정체는 ADHD 치료제

강남엄마의 ‘공부 알약’… 정체는 ADHD 치료제

입력 2014-03-04 00:00
업데이트 2014-03-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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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사이 입소문 타며 남용

서울 강남구에 사는 최모(여)씨는 고교 3학년 때 대학수학능력시험 두 달 전부터 집중력 향상을 위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콘서타’를 매일 두 알씩 복용했다. ADHD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어머니의 권유로 콘서타를 복용했다는 최씨는 “기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약을 먹으면 3~4시간이 단숨에 흘러갔고 암기력도 훨씬 좋아지는 것 같았다”면서 “강남 일부 병원에서는 공부 때문에 약을 먹고 싶다고 하면 처방전을 써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새 학기를 맞아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ADHD 치료제가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여 주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한 채 오남용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처방전 없이는 구입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인 ADHD 치료제를 인터넷을 통해 불법 거래하려는 시도가 알려지면서 보건당국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언주 민주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DHD 치료제인 메칠페니데이트가 6세 이상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에게 처방된 건수는 2010년 58만 3867건에서 2011년 60만 5510건, 2012년 65만 6452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50만 5930건으로 주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대 교수는 “ADHD 치료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처방 정보가 심평원에 기록되는데, 자녀의 처방 기록이 남는 것을 원치 않는 부모들이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약물을 병원에 처방해 달라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처방받는 대신 온라인을 통해 ADHD 치료제를 구입하려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와 게시판 등에는 “페니드 하루분 2000원에 삽니다”, “ 페니드, 콘서타를 처방받아서 먹고 있었는데 2주마다 병원에 가는 게 번거롭다. 택배 배송이나 직거래했으면 좋겠다”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입소문이 확산된 탓에 소량의 약을 개인적으로 거래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불법 거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 “새 학기를 맞아 감시단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ADHD 환자가 아닌 사람이 메칠페니데이트 성분의 약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송연화 경희대 약대 교수는 “정상인이 ADHD 치료제를 장복하면 식욕 감퇴, 구토, 성장 장애, 환각, 환청 등 마약류를 복용했을 때와 유사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ADHD 환자가 치료제를 복용한 뒤 학업 성취도가 증가할 수도 있지만, 치료를 통해 주의력 결핍 등의 증상이 완화돼 학습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라면서 “메칠페니데이트는 의존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없이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4-03-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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