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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철의 빅! 아이디어] 공무원 일 반만 하면 규제개혁 성공한다

[주병철의 빅! 아이디어] 공무원 일 반만 하면 규제개혁 성공한다

입력 2014-02-26 00:00
업데이트 2014-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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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철 논설위원
주병철 논설위원
올해 정부의 최우선 정책 가운데 하나는 규제개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 때 빠뜨리지 않고 언급하는 화두다. “규제개혁은 꿈까지 꿀 정도로 생각을 하고 계속 관심을 가져라.”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 괜찮죠?” 박 대통령의 스타일로 보면 약간 생뚱맞지만 작심하고 던진 멘트들이다. 부처마다 규제완화 정책이 대거 쏟아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실 규제개혁은 정권마다 약방의 감초였다. 하지만 속 시원히 해결한 정권은 없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는 1만 5007개로 규제 등록제도가 도입된 1998년 말 1만 372개보다 되레 44.7% 늘어났다. 왜 지금껏 큰 성과를 못 냈을까. 이번에는 뭔가 이뤄낼 수 있을까. 물론 답이야 뻔하다. 가능하다. 다만 어떤 접근방식으로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첫째, 정부는 인식의 틀을 확 바꿔야 한다. 규제개혁이라는 게 정부가 기업들에 마음만 내키면 줄 수 있는 시혜성 정책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기득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가게 돼 있는 규제의 속성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규제개혁은 기득권을 없애고 시장에 경쟁의 힘을 불어넣는 경제 엔진으로 인식해야 한다. 규제가 없어지면 경쟁이 유발되고 대안이 생긴다. 규제개혁으로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면 시장의 파이가 커지게 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둘째, 역설적이긴 하지만 공무원들에게 일을 반만 하게 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관치(官治)와 인치(人治)에 익숙해진 공무원들은 지금도 인·허가 및 관리·감독권 등을 무기로 업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정부 규제의 3분의2 이상이 법개정 없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이럴진대 공무원들이 권한을 조금씩 내려놓지 않으면 규제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기업이 비뚤어진 길을 가면 어떻게 할까에 대해 정부가 고민할 필요는 없다. 기업이 엉뚱한 짓을 하면 시장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면 기업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공무원들을 구워삶으면 된다는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민감하고 폭발적인 고난도의 규제는 장관들이 직접 총대를 메야 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사회·경제적 갈등과 규제 등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부처 간, 또는 이해집단 간 이해 상충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그런 만큼 장관들의 소신과 용기가 필요하다. 논쟁의 장이든, 토론의 장이든 장관이 판을 벌이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면 그릇도 깨고,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일도 감수해야 한다. ‘뜨거운 감자’를 해결하는 데는 더러 무리수가 뒤따른다. 이럴 때 소위 ‘지분 있는 장관’이 직(職)을 걸고 역할을 맡아야 한다. ‘바지 장관’이 해결사로 나설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규제개혁=일자리 창출’이 되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정부가 기업들을 옥죄지 말아야 한다. 툭하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모아 규제개혁에 나설 테니 투자는 얼마나 할 건가, 고용은 몇 명이나 할 건가 등을 따져 묻는 식은 그만둬야 한다. 구태다. 규제개혁이 기업을 상대로 한 흥정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기업은 그대로 두는 게 상책이다. 투자할 만하다고 판단될 때는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게 기업의 속성이다. 멍석만 깔아주면 될 일이다. 그렇다고 기업들 멋대로 하도록 손을 놓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잘못하거나 탈세를 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대가를 치르게 하면 된다.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가장 위험한 게 정부’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늘 ‘시장실패’가 아닌 ‘시장성공’에 자신감을 갖는 자기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두고 하는 얘기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경쟁의 마지막 카드다. 정부는 경제를 옥죄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게 규제개혁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출발점이다.

bcjoo@seoul.co.kr
2014-02-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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