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 분신男 사망… ‘안녕 대자보’ 유서 발견

서울역 앞 분신男 사망… ‘안녕 대자보’ 유서 발견

입력 2014-01-02 00:00
업데이트 2014-01-02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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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에 현 정부 불만 글 써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뒤 병원으로 옮겨진 이모(40)씨가 1일 오전 7시 55분쯤 전신 화상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수첩에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담은 글이 발견돼 정확한 분신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분신 직전 자신의 손을 쇠사슬로 묶은 채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고 적힌 플래카드 2개를 고가 밑으로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이씨의 수첩엔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이 글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17줄 분량으로 최근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 형식과 비슷했다.

경찰은 이씨가 1주일 전에 가입한 보험 수급자를 동생으로 바꾸고 휘발유통과 압축연료를 미리 준비하는 등 사전에 분신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광주의 한 편의점에서 매장관리 일을 했으며 정당이나 사회단체의 회원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빚 독촉과 어머니의 병환 등으로 많이 힘들어했다는 유족의 진술이 있었다”며 “정확한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이씨의 유서에는 경제적 이유로 자살을 결심했다는 내용이 없다”면서 “유서 7편의 내용 중 2편이 대자보 형식의 글”이라며 경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이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는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강기정 민주당 의원 등 정계 인사 200여명이 찾아와 조문했다. 28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는 “장례는 4일간 시민사회장으로 치르고 4일 서울역 광장에서 영결식을 한 뒤 광주 망월동 구묘역에 안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4-01-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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