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허 동북아 정세 美전문가 2인에 묻다] 캐슬린 스티븐스 前 주한미국대사

[예측 불허 동북아 정세 美전문가 2인에 묻다] 캐슬린 스티븐스 前 주한미국대사

입력 2013-12-16 00:00
업데이트 2013-12-1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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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집단자위권 한·미·일 협의…역사·영토 문제 전향적 자세를”

한·미 동맹이 올해로 60주년을 맞았지만 동북아 지역은 여전히 안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과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2인자’로 알려진 장성택의 숙청·사형 등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동북아 정세의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예방 등을 위해 최근 방한한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미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특별연구원)와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한국학부소장을 만나 현 상황과 전망 등에 대해 들어 봤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일본은 역사·과거사·영토 문제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나와야 하며, 한국도 이에 적극 호응해야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만난 스티븐스 전 대사는 “한·일 간 문제, 특히 위안부 문제를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럽다”며 이렇게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일 간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이 한·일, 한·미 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미·일의 안보 강화 노력, 특히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논의되고 있는지에 대해 한·미·일 간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 한·일간 역사·과거사 문제, 특히 위안부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슬프고 고통스럽다. 유럽의 예를 봤을 때 시간이 갈수록 이 문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화해와 개방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일본이 과거 ‘사과 성명’ 등을 견지하지 못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일본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대처해야 하며, 한국도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에 호응해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이 올해로 60주년이다. 양국 간 진행 중인 각종 협상에 대한 평가는.

-양국의 60년 동맹 관계에 대해 ‘동고동락’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동맹이 더 깊고 넓어지겠지만 북한 문제, 글로벌 이슈 등 더 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작전통제권 연기, 방위비 분담금,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은 물론, 이미 합의한 미군 기지 이전 등도 여전히 이행 과정이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한·미 간 안보 협력 강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확인해야 하고, 현재의 한국과 미국 상황을 제대로 반영해야 하며, 이들 협상이 한·미 동맹에 대한 ‘리트머스 테스트’가 아니라 서로 ‘윈윈’하는 실용적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 후 ‘G2’(미·중) 관계가 심상치 않은데.

-개인적으로 ‘G2’라는 단어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 미·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중국의 부상은 놀랍다. 중국이 어려운 시기를 거쳐 회복하고 발전했는데 미국이 이 과정에서 중국을 많이 도왔고 지금도 중국의 개방과 번영을 위해 돕고 있다. 이번 ADIZ 사태에서도 봤듯이 중국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에 경제, 군사, 환경 등에 대해 세심하게 고려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간 협력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일각에서 한국이 미·중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은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국익 측면에서 중국과의 관계도 잘 맺어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제언은.

-이번 방한 기간 중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은 동북아 지역에서 신뢰 구축을 위한 협력 체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다는 점에서 적극 공감한다. 15년 이상 유럽에서 근무하면서 배운 것은 신뢰 구축과 화해, 평화 체제 등을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가 국내외적으로 지지를 받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관계국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의가 필요하다.

→북한 장성택의 숙청·사형에 따른 북한 상황을 어떻게 보나.

-북한 상황에 대한 예측은 어렵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북한이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라고 느꼈다. 이 같은 상황이 21세기에 일어난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숙청 등을 반복하는 시대착오적 정권은 세계적으로 다 사라진 전례가 있다. 한·미 등은 북한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고 관련국들이 긴밀히 협의해 북한 리더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세계가 변하고 있다, 북한도 다른 미래를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내야 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스티븐스는 누구


2008~2011년 주한미국대사를 지냈다. 미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코렛 펠로’로 활동 중이다. 미 국무부에 35년간 몸담으며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근무했고 공공외교 담당 차관 등을 지냈다.



2013-12-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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