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사랑, 30년만에 깨지나

삼겹살 사랑, 30년만에 깨지나

입력 2013-12-09 00:00
업데이트 201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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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소비 전년비 7.3%↓

1980년대 중반 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가 보편화된 이후 삼겹살은 돼지고기 부위 가운데 최고의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올 들어 ‘삼겹살의 30년 아성’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전체 돼지고기 소비량 중 삼겹살의 비중이 2008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삼겹살의 수입량 역시 최저치다.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 트렌드가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삼겹살 소비량은 26만 1343t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8만 1755t보다 7.3% 줄었다. 2009년(24만 6262t)부터 3년 연속 이어지던 증가세가 올 들어 꺾인 것이다. 특히 올해 전체 돼지고기 소비량이 103만 5273t으로 2008년(92만 6207t)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타난 감소세여서 더욱 주목된다. 전체 돼지고기 소비량 중 삼겹살의 비중을 따져보면 올해 25.2%로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는 줄곧 27~28%대을 유지했다.

반면 다른 부위들의 소비량은 증가세다. 뒷다리살은 올 연말까지 24만 7329t이 소비될 것으로 보인다. 삼겹살 소비량의 95% 수준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뒷다리살과 함께 안심(1만 9663t), 갈비(6만 1577t), 등심(11만 9128t)의 올해 소비량도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돼지고기의 부위는 크게 삼겹살, 등심, 뒷다리살, 안심, 목심(목살), 앞다리살, 갈비 등 7가지로 나뉜다.

소비가 줄어들면 가격이 떨어지기 마련. 올해 냉장 삼겹살 가격은 100g당 1603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다. 최근 6년간 가장 비쌌던 2011년의 2024원과 비교하면 21%나 내린 것이다. 수입 삼겹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수입된 삼겹살은 8만 2930t으로 매년 1~10월 기준으로 볼 때 통계를 처음 낸 2007년 이후 가장 적다. 특히 올해는 12월까지 수입해도 10만t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수입량이 10만t보다 적은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삼겹살 외 부위는 잘 팔리지 않았다. 이런 불균형은 양돈농가 입장에서도 큰 고민이었다. 삼겹살만 제값을 받아서는 이윤이 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다른 부위의 소비량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삼겹살 소비량의 3배에 도달했다. 그간은 2.5~2.6배 정도였다.

농식품부는 삼겹살 소비가 줄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로 ‘건강에 대한 관심’을 꼽는다. 최근 소비가 급증하는 뒷다리살과 안심은 지방이 거의 없고, 주로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또 등심살은 지방이 비교적 적고,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라이신)이 풍부하다.

그간 돼지고기의 다른 부위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를테면 농식품부는 지난 10월부터 정육점도 소시지나 햄, 돈가스 등을 만들어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소고기 가격의 인하도 올해 돼지고기 소비 증가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해서가 아니라 맛과 질감 때문에 돼지고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겹살 소비의 감소세와 다른 부위의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3-12-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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