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특검 주장 빌미 안 되게 檢 공정수사해야

[사설] 野 특검 주장 빌미 안 되게 檢 공정수사해야

입력 2013-11-11 00:00
업데이트 201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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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 타기하듯 위태로웠던 정국이 이번 주에는 아예 극한 충돌 양상으로 번져갈 모양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회의록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편파성 시비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국가기관의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특별검사를 임명해 일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특검 도입과 법안·예산안 처리를 연계할 수 있다는 방침까지 시사하며 여권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러다간 국회에 수북이 쌓여 있는 민생 현안의 조기 처리는커녕 새해 예산안 처리마저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는 검찰의 책임이 크다. 국민 정서가 극단적으로 양분화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한 수사는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반응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사 과정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은 수사 결과의 편파성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사전 조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은 참고인 신분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소환 조사하고, 피고발인 신분인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서면 조사한다는 방침을 밝혀 야당의 반발을 샀다. 뒤늦게 새누리당 김무성·정문헌·서상기 의원을 소환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의 눈길은 걱정스럽기만 하다.

국민이 검찰에 요구하는 것은 응당 권력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는 정치적 중립성이다. 더불어 검찰이 갖춰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미덕은 세련된 정치적 판단이라고 본다. 권력의 눈치를 잘 봐야 한다는 주문이 아님은 물론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속담이 이에 해당한다. 아무리 검찰이 공정하려 노력해도 대상이나 시기를 잘못 택하면 특정 세력의 정치적 목적에 부응하는 수사로 오해받는 게 현실이 아닌가. 하물며 청와대가 ‘공무원 단체의 정치적 중립’을 언급하자마자 검찰이 부랴부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은 균형잡힌 판단과는 거리가 있다.

민주당의 특검 주장은 정치세력화를 노리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민주당과 안 의원의 이른바 ‘신(新)야권연대’는 말할 것도 없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다. 가뜩이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치권을 벌써부터 지방선거판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검찰의 미덥지 못한 처신이 한몫한 것이다.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도 아쉬울 판에 또다시 온 나라가 정치 구호에 휩싸이면 고통은 결국 힘없는 서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서민 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는 혼란의 빌미를 더 이상 정치권에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검찰의 심기일전한 공정수사를 기대한다.

2013-11-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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