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4233행 분량의 대서사시 연극 ‘단테의 신곡’ 보니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대서사시 ‘신곡’이 연극으로 재탄생한다는 소식은 연극계에 엄청난 기대감과 궁금증을 안겼다. 총 1만 4233행의 방대한 분량, 특히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지옥의 광경들을 어떻게 묘사할지 기대하면서도 당시의 기독교적인 관점이 담겨 있는 내용들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연극 ‘단테의 신곡’은 고전의 가치와 한태숙 연출, 고연옥 작가, 배우 박정자·정동환·지현준 등의 명성 덕에 개막도 전에 티켓이 일찌감치 동났다.![단테의 대서사시를 총체극으로 빚어낸 ‘단테의 신곡’은 고전의 치열한 문제의식 위에 현대적인 재해석을 더해 현재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자기반성의 질문을 던진다. 국립극장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13/11/07/SSI_20131107172538.jpg)
국립극장 제공
![단테의 대서사시를 총체극으로 빚어낸 ‘단테의 신곡’은 고전의 치열한 문제의식 위에 현대적인 재해석을 더해 현재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자기반성의 질문을 던진다. 국립극장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13/11/07/SSI_20131107172538.jpg)
단테의 대서사시를 총체극으로 빚어낸 ‘단테의 신곡’은 고전의 치열한 문제의식 위에 현대적인 재해석을 더해 현재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자기반성의 질문을 던진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제공
![](https://img.seoul.co.kr/img/upload/2013/11/07/SSI_2013110717252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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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는 ‘불완전한 청년’으로 입체화됐다. 주변인들의 배신으로 분노에 떨던 그는 지옥의 문 앞에서 죄가 없다고 떳떳하게 외친다. 처참한 지옥의 광경을 목도하고는 베르길리우스와 갈등하고, 심지어 인간에게 악을 심어 놓은 채 침묵하는 신에게 도전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를 뒤흔든 건 원작에는 없던 그의 그림자다. 지옥의 끝에서 마주한 그림자는 단테의 죄를 추궁한다. 비로소 단테는 자신이 이기적인 삶을 살았고, 불의에 눈감았으며, 가엾은 이들을 외면했노라고 고백한다. 원작보다 극적인 변화를 거치며 단테는 한층 더 통렬한 자기반성에 이른다.
2시간 30분 동안의 공연은 연극이라는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무대예술의 향연을 보여 준다.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진 음악 위에 지옥의 기괴함은 창(唱)으로, 천국의 아름다움은 성악으로 표현했다. 빛과 영상이 엉키는 조명·영상 효과와 의상 및 분장도 놓쳐선 안 된다. 지현준(단테)과 정동환(베르길리우스), 박정자(프란체스카)와 국립창극단 소속 정은혜(베아트리체), 김금미(미노스), 이시웅(카론)의 열연과 함께 죽은 자들로 분한 배우들의 처절한 연기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9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원. (02)2280-4114.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3-11-08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