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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고객정보 수집범위 논란 확산

보험업계 고객정보 수집범위 논란 확산

입력 2013-09-13 00:00
업데이트 2013-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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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수집 생명·손보협회 임원… 금감원, 주의 등 경징계 통보

보험업계가 어디까지 계약자의 정보를 수집·관리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 사기에 따른 보험금 누수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주장과 개인 정보 보호가 우선이라는 논란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전·현직 임원 7명에게 최근 주의 등 경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지난 1~3월 두 협회와 보험개발원에 대한 검사 결과 두 협회가 수년 동안 금융당국이 허용하지 않은 질병 정보, 사망 원인 등 180여개의 고객 정보를 집적해 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002년 재정경제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생보 및 손보 협회는 계약자 이름, 성별, 주소, 주민등록번호와 보험금 지급 사유 중 사망·상해 등 25가지 정보만 수집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180여개가 25개 항목을 세분화한 것이라 제재 수위가 낮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더해 수집 가능한 항목을 25개에서 60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5개 항목의 세부 항목에 포함되는 것과 포함되지 않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일 뿐”이라며 “오는 11월쯤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질병 정보의 포함 여부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질병 정보가 승인된다면 요실금, 비뇨기계 질환과 같이 보험 소비자에게 민감한 질병 정보의 집적을 합법화시켜 주는 것”이라면서 “보험사들은 영리단체로, 보험 정보가 유통되다 보면 유출 우려도 커져 결국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올 들어서만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에서 개인 정보가 대량 유출됐다.

이에 대해 생보협회는 현재도 신용정보법과 보험 약관 등에 질병 정보 취급 근거가 마련돼 있다고 반박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질병 정보 집중 활용이 불가능하면 실손의료보험 비례보상이나 보험 사기 방지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추가 허용은 ‘불법 사항의 합법화’가 아니라 일부 법적으로 미비한 부분을 명확히 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현재 고객의 보험 정보는 보험개발원, 생보협회, 손보협회가 나눠 갖고 있다.

지난해 보험 사기 혐의로 8만여명이 적발됐으며 그 규모는 4500여억원이다. 이런 불법을 막기 위해 보험정보관리원을 세워 보험 정보 수집을 일원화한다는 금융위의 안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두 협회 등이 “보험판 빅브러더의 출현”이라고 반발하면서 최종 결정이 미뤄져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변화보다는 단계적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협회의 정보 수집 허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사들이 무단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했는데 당국이 이를 감싼다는 건 국민 정서상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관련 기관들이 규정을 어겼다면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3-09-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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