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 밖으로 탈출… 수익 내는 인문학 만들 것”

“강단 밖으로 탈출… 수익 내는 인문학 만들 것”

입력 2013-08-30 00:00
업데이트 2013-08-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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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인문학 협동조합’ 출범

31일 특이한 단체가 출범한다. ‘인문학협동조합’이다. ▲단행본·미디어 홍보 ▲시민강좌개발·문화학술 프로그램 ▲도농인문학 ▲연구환경실태조사·정책연구 등 모두 4개의 위원회로 구성된 조합은 9월부터 강단 밖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인문학과 관련한 수익사업을 하고 남는 이익금은 조합원들의 상호부조와 복지에 쓸 예정이다.
왼쪽부터 인문학협동조합의 홍덕구 준비위원, 최병구 준비위원, 류석현 준비위원, 김은석 준비위원, 임태훈 발기인 대표.
왼쪽부터 인문학협동조합의 홍덕구 준비위원, 최병구 준비위원, 류석현 준비위원, 김은석 준비위원, 임태훈 발기인 대표.


‘인문학’과 ‘협동조합’, 이제껏 시도된 적 없는 낯선 결합이지만 지난 2월 준비위원회를 꾸린 뒤 6개월 동안 115명이 이름을 올렸다. 최소 1계좌에 10만원씩 최대 30계좌까지 조합원 개개인이 돈을 내 모두 1500만원을 모았다. 조합원 115명은 시간강사나 박사과정생이 대부분이다. 전임 교수는 20명을 웃돈다. 이들은 지난해 정부의 ‘개정 고등교육법’(이른바 강사법)이 발표되면서 위기의식을 느껴 조합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발기인 대표인 임태훈 성공회대 교양학부 외래교수(시간강사)는 “강단 밖 인문학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조합을 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조합은 수익을 중요시한다. 대학 강단에 진입하지 못한 이들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대학 바깥의 인문학 시장으로 우선 눈을 돌렸다. 강좌는 대학과 전혀 다른 것들로 구성했다. 예컨대 ‘혀를 위한 인문학’, ‘콩을 둘러싼 모험’ 등 시민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강의들이다.

“지금 대학 인문학은 1990년대 중반 인문학 커리큘럼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일부 대학의 인문학 커리큘럼은 고전 읽기에 지나지 않고, 학술장은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시스템에 묶여 논문 쓰기만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돈만 바라보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인문학과 겨루기 위해 조합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내년 3월 열리는 ‘지식팔레트 2014’는 이 가운데 백미로 꼽힌다. 서울 광화문과 마포 등에서 조합과 관련한 인문학 단체들이 한 해 동안 진행했던 강좌 중 가장 재미있었던 강좌를 뽑아 시민에게 보여 준다.

“지난 한 해 동안 대학 바깥에서 진행됐던 강좌 중 가장 호응을 많이 받았던 ‘베스트 오브 베스트’ 강좌들로 시민들과 함께할 계획입니다. 대형 강의실에서 예전 커리큘럼에 맞춰 지루한 인문학을 배우던 학생들이 ‘대학 바깥에는 이런 인문학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하자는 거지요.”

김은석 준비위원은 “우리는 대학 인문학의 ‘대안’이지만 ‘안티’는 아니다”라면서 “조합 때문에 인문학이 자극을 받고 인문학 시장 전체가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3-08-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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