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이해엔 필수 학생이 자기이름도 한자로 못쓰다니…” “외우느라 힘들고 사교육 배만 불릴 것 국어가 희생양이냐”
“교과서 단어를 이해하려면 한자를 배워야 한다.” vs “아이들은 외우느라 힘들고 사교육 배만 불릴 것이다.”36개 한글단체 및 학부모단체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송월동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교육청의 한자교육강화 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자 교육은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강조한 ‘특색 사업’이다. 문 교육감은 국어 이해 능력을 높이고 세대 간 언어 장벽을 없애기 위해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국어·수학·과학·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 어휘를 학생에게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한자교육추진단을 지난달 25일 출범시켰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이 한자로 자기 이름도 쓰지 못하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 “사자성어 등을 주입식으로 가르치자는 게 아니라 여러 교과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방과후 학교나 창의체험 활동에 한자교육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창의체험 활동으로 한자를 가르치는 것은 초등학교 정규교과에 한자가 포함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한글문화연대 등 한글단체와 학부모단체는 “한자어 때문에 교과서가 어렵다면 교과서를 바꿔야 할 일인데 앞뒤가 바뀐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이들은 3일 서울 종로구 송월동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교육청이 학생 전체가 한자 교육을 받도록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어 교육을 망치는 일인 동시에 한자 사교육이란 새로운 시장을 열어 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 교육감이 한자 교육에 대한 소신을 여러 차례 밝힌 터라 한자 교육 반대 움직임이 문 교육감에 대한 비토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조짐도 보인다. 한자 교육 반대 단체들은 “1964~1969년 국한문 혼용 교과서를 썼지만 1970년부터 한글전용 교과서가 나왔는데 40년 전으로 시대를 되돌리자는 것이냐”면서 “2002년 한자 혼용을 주장한 전력이 있는 문 교육감이 한자 교육 강화를 위해 국어 교육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 교육감은 지난달 간부회의에서 “한자 교육 강화는 국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지 한글전용 정책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3-07-04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