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조금융 대출상품’ 구호만 요란했다

은행 ‘창조금융 대출상품’ 구호만 요란했다

입력 2013-07-02 00:00
수정 2013-07-0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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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맞춰 상품 내놨지만 시중은행 한달 실적 거의 없어

박근혜 정부의 구호인 ‘창조경제’에 발맞춰 시중은행이 내놓은 ‘창조금융’ 대출 상품이 구색만 요란했지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등 실제 효과는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구호에 맞춰 보여주기식으로 상품을 구성한 탓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2일 지적재산권(IP) 보유기업을 위한 보증부대출 상품을 내놨다.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 등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총 20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보증액의 1.3%인 보증료도 일부 지원해 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1일 현재까지 대출 실적은 전무하다. 몇몇 기업에 대한 대출 심사만 진행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기업이 많지 않다 보니 그동안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농협은행은 전국 16개 테크노파크 입주기업을 위해 ‘NH테크노파크 기업대출’을 지난달 3일 출시했다.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와 창조금융 지원협약을 맺은 농협은행은 지역의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육성하겠다는 취지를 앞세웠다. 그러나 이 상품도 현재까지 대출 실적이 전무하다. 농협은행은 “여신 심사 과정이 한 달 정도 걸려서 아직 실적이 없을 뿐 신청자는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이 5월 30일 내놓은 ‘KB기술창조기업 성장지원 대출’은 우수 기술기업에 신용대출을,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을 받은 기업에는 보증부대출을 지원한다. 상품을 출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실적은 8억원에 불과하다. 산업은행도 국민은행과 같은 날 창조경제특별자금 3조원 공급 계획을 밝혔다. 여태껏 1200억원이 나갔다. 다른 은행에 비해서는 많은 액수이지만 산업은행의 한 달 대출 규모가 4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치다. 산업은행은 첨단 융합산업, 창조형 지식서비스산업, 연구개발 우수 기업 등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대출과 투자를 병행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경쟁하듯 창조금융 대출상품을 내놨지만 기업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 당국은 창업·벤처 기업에 기술과 아이디어만 보고 대출해 주라고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위험 부담도 크고 기술을 평가해 계량화하기도 쉽지 않은 가운데 잘못되면 책임만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의 압박에 중소기업 대출 상품을 출시하긴 했지만 실적이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창조금융’이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강조한 ‘녹색금융’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가 ‘녹색경제’를 국가비전으로 선언하자 많은 금융기관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았지만 결국에는 흐지부지됐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대출상품을 내놓기에 앞서 기술로 기업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은행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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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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