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NLL-연평해전’ 따스한 추모영화를 기대하며/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NLL-연평해전’ 따스한 추모영화를 기대하며/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3-05-31 00:00
업데이트 2013-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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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5월의 마지막 날이다. 6월에는 현충일을 시작으로 6·25전쟁과 2차 연평해전 추모일이 기다린다. 하기야 우리 해군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선제공격에 나선 북한 경비정을 격파하였던 1차 연평해전도 1999년 6월 15일에 있었다. 2차 연평해전을 소재로 영화 ‘NLL-연평해전’을 제작 중인 김학순 감독에게 ‘따스한 추모 영화’(memorial film)를 만드시라고 주문하였다.

여러 감독이 연평해전의 영화화에 관심을 나타냈으나 아무도 제작에 이르지 못했던 이유는 투자자가 나서지 않아서일 것이다. 김 감독도 영화진흥위원회의 ‘3D 영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우여곡절 끝에 제작비 일부를 조달하였으나 더 이상 번듯한 투자사를 구하지는 못하였다고 한다. 제작진은 해군의 배려로 진해 해군기지를 이용할 수 있으니 오픈세트 제작비 수십억원을 절약한 셈이라고 서로 위로하고 있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2차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벌어졌다. 월드컵 3, 4위전을 응원하느라 전국이 분주하던 바로 그날 우리 해군이 북한의 기습공격을 받은 사건이다. 윤영하 소령을 위시하여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이 전사하였고 18명이 크게 다쳤다. 40여일 후 심해에서 인양된 참수리 357호에는 한상국 중사의 시신이 그때까지 조타키를 움켜쥐고 있었다고 한다. 조천형 중사는 100일이 안 된 딸을 남기고 세상을 떴고, 박동혁 병장은 100여개의 파편을 품고 84일 만에 숨을 멈추었는데 그의 유골에서 나온 쇳덩이 무게가 3kg이었다니 고통이 어떠했으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해전 다음 날 월드컵 결승전을 보러 일본으로 날아갔다는데 이후에도 추모행사에 참석한 적이 없었다. 참모진이 ‘우발적 충돌’로 보고했을 터이나 참모진의 행태도, 대통령의 행보도 독해가 곤란하다. 대통령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청와대로 돌아와 비상태세를 갖추었어야 마땅한 상황이었다. 정권이 두 번 바뀐 6주기에 비로소 정부주관 행사로 격을 올렸고, 10주기 추모행사에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참석하였다.

해군 출신인 김 감독은, 정부도 국민도 희생자를 외면하던 황망한 분위기에서 해마다 추모제를 찾아 유족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영화계 주변을 얼쩡대던 나는 20년 전 뉴욕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필라델피아 템플대학에서 영화 강의를 하던 김 감독이 미국 로케 영화 ‘아주 특별한 변신’(1993, 이석기 감독)에 현지 스태프로 참여한 것이 인연이었다. 김 감독은 작은 체구에 붐 마이크를 들고, 국내 스태프들에게 익숙하지 않던 현장음(ambience)까지 일일이 챙겼다. 그래서 그 영화는 우리 녹음기사들의 분석 교재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는 귀국하여 대학에 자리를 잡았으나 촬영을 그만두지는 않았다. 다큐멘터리로 여러 번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저예산 영화 ‘비디오를 보는 남자’는 영화기자들로부터 크게 칭찬을 받았다.

외국여행을 하다 보면 일상적인 추모 현장을 자주 발견한다. 조그만 시골 군청 벽면에서든 대학 캠퍼스 모퉁이에서든, 언제 어느 전쟁에서 산화하였다는 젊은이의 이름이며 사진을 접할 수 있다. 전쟁이라는 파렴치한 현상의 희생자로서든 그 사회를 지키다가 스러진 젊은이로서든, 그들의 터무니없는 죽음에 대한 공동체의 최소한의 예의인 셈이다.

김 감독은 전쟁영웅에 무감각한 우리 풍토를 아쉬워한다. 연평해전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려는 김 감독의 의욕을 대하며 과연 크랭크인이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북한의 호전성에 대하여는 무조건 접어주어야 한다는 특이한 멘털리티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알기 때문이다. 2차 연평해전 발발 당시 권력의 핵심에서 벌어진 행태는 민망하지만, 그렇다고 영화 ‘NLL-연평해전’이 이념 과잉의 영화는 아니기를 바란다.

존재 그 자체로서 만만치 않은 사회적 가치를 보여줄 영화, 희생자들을 오래오래 기억하게 하는 따스한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2013-05-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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