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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진주의료원 사태의 해법/나백주 건양대 의대 교수

[시론] 진주의료원 사태의 해법/나백주 건양대 의대 교수

입력 2013-04-19 00:00
업데이트 2013-04-1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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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백주 건양대 의대 교수
나백주 건양대 의대 교수
진주의료원의 사망이 경각에 이르렀다. 제대로 병원 구실을 해 보겠다고 새로 지었건만 채 피어 보지도 못하고 지고 말 상황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이유는 결국 적자다. 그런데 ‘적자 때문에 병원 문을 닫는다’는 이 날카로운 논리는 진주의료원을 넘어 수많은 한국의 병원들을 노리고 있다. 공공병원의 적자가 왜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을까. 그것은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과 공공병원의 비합리적 평가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 병원들은 낮은 건강보험 수가 때문에 적자를 면해 생존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날로 심해지는 병원 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환자에게 받는 비급여를 늘리고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전체 진료비 가운데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 비중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이런 점 때문에 병원 경영과 가난한 사람들 질병 치료 사이에서 한국의 병원들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덕분에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가 낮아 국가 차원의 효율적 보건의료 체계를 유지하게 되었으나, 병원들은 적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과 농어촌 주민들처럼, 병원 적자라는 시장논리로 의료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최소 의료안전망 기능을 하는 공공의료원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것이 법적으로 시설과 장비 투자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투입된 원가 걱정 대신 공공의료를 하라는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목적 배경이다. 하지만 공공의료원의 이러한 공공의료 기능은 적자논리에 의해 외면당하고 있다. 이는 공공의료 기능을 평가하는 경영지표가 기업회계를 따른 의료기관 회계기준의 적용을 받아 정부 투자 부분을 갚아야 하는 감가상각비용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의료원 적자는 건강보험의 저수가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받아야 하는 환자 본인부담 비급여를 가난한 사람 진료를 위해 줄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또한 공공의료원 시설과 장비 투자 부분을 회계상 비용으로 책정하게 하는 법률상 모순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공의료원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사람들은 공공의료원이 민간병원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불평하였으며, 정치인과 지자체는 툭하면 적자 문제를 드러내며 공공의료원 폐업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어려운 이웃의 안타까운 이야기나 또는 이처럼 공공의료 필요성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상충되어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주의료원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새누리당에 의해 끝내 봄꽃보다 먼저 질 위기에 놓였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나름대로 공공의료를 하겠다고 노력해온 진주의료원 노사를 무능력과 강성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스스로 공공의료를 모르고 노력해 오지 않은 지자체의 허물을 감추려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국민의료비가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심각한 사회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해답은 바로 공공의료만이 줄 수 있다. 우선 건강보험 수가를 높여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함으로써 대도시 중심의 치료 위주 보건의료 서비스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공공의료원과 보건소 등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를 강화해 주민의 적절한 건강검진과 체계적인 만성병 관리 안내를 활성화하여 예방 가능한 입원이나 수술을 대폭 줄여야 한다. 공공의료원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외국의 공공병원은 이런 일을 주된 공공보건 사업으로 수행하여 지역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왜 한국은 안 되겠는가? 공공의료원을 살려야 한다. 제대로 된 투자와 임무 부여를 통해 보건소와 연계되고 개원의의 벗이 되어 취약계층의 안전망이자 지역사회 주민 건강관리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2013-04-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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