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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삼성·애플 특허소송 2년 빛과 그림자] 美·EU 등 9개국으로 글로벌 전선 확대…업계 “특허전 최대 수혜자는 삼성전자”

[커버스토리-삼성·애플 특허소송 2년 빛과 그림자] 美·EU 등 9개국으로 글로벌 전선 확대…업계 “특허전 최대 수혜자는 삼성전자”

입력 2013-04-13 00:00
업데이트 2013-04-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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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소송전’ 무엇을 남겼나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가장 큰 이슈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이 이제 2년을 맞았다. 모바일 운영체제(OS)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구글과 애플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시작한 소송은 이제 삼성과 애플이라는 두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각국 법원, 특허청, 무역기구들의 각축전으로 번져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의 특허전쟁은 2011년 4월 15일(현지시간)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법원에 “삼성이 자신들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은 곧바로 한국과 독일, 일본 등에 소송을 내며 역공에 나섰다. ‘애플과의 부품 공급 관계를 감안해 조용히 처리할 것’이라던 당시 업계의 예상을 깬 것이었다.

앞서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을 ‘카피캣’(모방꾼)으로 비난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데다, 당시 전 세계 주요 IT 업체들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소송을 진행하던 애플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삼성이 통신특허로 ‘맞불’을 놓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소송 초반에는 특허침해 대상이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수준에 머물렀지만 두 회사의 싸움이 본격화되면서 점차 서비스 관련 특허로 전선이 확대됐다. 지난해 말 삼성은 애플의 영상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타임’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미국 법원에 추가 제소했다. 소송 국가도 9개국(한국, 미국, 일본, 호주,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으로 늘었다.

업계 일부에서는 두 회사의 소송이 특허 제도의 취지와 달리 ‘변호사 놀음’으로 혁신을 방해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두 회사의 법정 다툼은 최종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항소에 항소를 거듭하며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양사 간 글로벌 특허전쟁 판세를 백중세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애플이 우위를 점했지만 삼성도 한국과 영국, 독일 등에서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8월 배심원 평결에서 삼성이 애플에 약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1500억원)를 배상하라고 명령했지만 판사의 최종 판결에서 5억 9950만 달러(약 6500억원)로 낮아졌다. 애플의 숙원이던 삼성 제품의 미국 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되면서 삼성에 유리한 쪽으로 반전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가 현재 삼성이 3세대 통신 기술과 관련된 표준특허권을 남용하지 않았는지 조사하고 있어 삼성으로선 안심하기 이르다. 애플과의 소송에서 표준특허를 무기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빌미가 됐다. 만약 삼성이 표준 특허를 남용한 것으로 결론나면 관련 연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서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소송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공룡기업을 비롯해 EU 집행위원회, 미국 상무부,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등 이해관계가 상반된 여러 기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는 점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병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마다 관심사나 문화가 다른 데다 특허법에는 속지주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어 특허분쟁에 대한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볼 때 이번 특허전의 최대 수혜자가 삼성전자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애플이 삼성에 디자인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던 2011년만 해도 애플은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경쟁력 등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본안 소송이 ‘세기의 재판’으로 회자되면서 삼성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경쟁자로 각인됐고 점유율도 높아졌다.

이를 반영하듯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과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을 합해 4억 700만대를 판매, 노키아(3억 3560만대)를 큰 폭으로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삼성은 스마트폰 판매량에서도 2억 1580만대를 판매해 애플(1억 3680만대)을 ‘더블 스코어’로 앞섰다. 애플과의 특허전에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이 더해져 삼성전자는 이제 ‘애플의 유일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선두 업체의 제품을 모방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내놓는 ‘캐치업 전략’만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이번 특허소송을 계기로 세계 최고 IT 업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장 선도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는 과제도 안게 됐다.

독일의 유명 로펌 ‘뵈메르트&뵈메르트’의 하인츠 고다 변리사는 “자동차와 항공기 등 중요한 발명이 등장할 때마다 기업 간 특허 분쟁이 뒤따르곤 했다”면서 “두 회사의 분쟁도 신제품의 정의를 둘러싼 영역 싸움에 해당되는 만큼 (역설적으로) 갈등 속에서 해법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3-04-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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