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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공군 제16전투비행단 군견소대를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공군 제16전투비행단 군견소대를 가다

입력 2013-03-04 00:00
업데이트 201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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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내 폭약 찾고 ‘컹컹’… 내 전투력은 ‘1개 중대’ 군견들

침입자의 모습이 드러나자 위협적인 눈빛의 셰퍼드 ‘빈츠’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림과 동시에 곧장 달려들었다. 방어복으로 감싼 침입자의 팔을 물고 늘어졌다. 곧이어 침입자는 제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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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견은 ‘핸들러’와의 호흡과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군견은 ‘핸들러’와의 호흡과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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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제16전투비행단 군견소대 군견들이 ‘핸들러’(handler)라고 불리는 취급병과 함께 기지 내 전투기 주기장의 순찰임무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고 있다.
공군 제16전투비행단 군견소대 군견들이 ‘핸들러’(handler)라고 불리는 취급병과 함께 기지 내 전투기 주기장의 순찰임무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고 있다.
야간 순찰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군견은 반드시 ‘핸들러’와 행동을 같이 한다.
야간 순찰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군견은 반드시 ‘핸들러’와 행동을 같이 한다.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 공군 제16전투비행단 헌병대대 군견소대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군견 20여마리가 한창 훈련을 받고 있었다. 군견들의 기초체력과 공격능력을 키우기 위한 기본 훈련이다. 훈련은 ‘핸들러’(handler)라고 불리는 취급병과 짝을 이뤄 1시간가량 진행됐다. 군견과 핸들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료다.

이어 폭발물 탐지 훈련도 실시됐다. 항공기 주기장 내 F5 전폭기의 좌측 랜딩기어 속에 설치된 C4폭약을 찾아내는 미션이 주어졌다. 활주로의 끊이지 않는 소음이 군견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했지만 랜딩기어 주위를 맴돌던 탐지견인 코카스 파니엘 ‘우정이’는 채 1분도 안 돼 폭약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탐지견 ‘우정이’ 이외에 나머지 군견은 모두 독일산 셰퍼드다.

부대는 지난해 폭발물 탐지·명령복종·공격능력·체력능력 등 4개 종목을 측정하는 군견경연대회에서 최우수 군견소대로 뽑혔다. 소대장을 받고 있는 박태호 상사는 “개들 모두가 최고의 자질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함께 기지 순찰임무를 할 때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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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체력과 공격능력을 키우기 위한 기본 훈련을 받고 있는 군견.
기초체력과 공격능력을 키우기 위한 기본 훈련을 받고 있는 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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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탐지 훈련을 수행하는 탐지견인 코카스 파니엘 ‘우정이’의 후각은 인간의 1만 배에 달한다.
폭발물 탐지 훈련을 수행하는 탐지견인 코카스 파니엘 ‘우정이’의 후각은 인간의 1만 배에 달한다.
군견과 관련된 기록은 일찍이 중국의 고서 ‘삼진기’(三秦記)나 고대 로마사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군견이 조직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군견들은 경비, 연락, 수색, 운반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을 했다.

대한민국 군견 1호는 육군이 아닌 공군 출신이다. 1954년 수원기지 미 공군 제58전폭대에서 10마리를 인수해 처음 군견으로 운용했다. 현재는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예하 행정학교 군견훈육중대에서 배출하고 있다. 우수한 혈통을 가진 수컷 종견과 암컷 모견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는 생후 45일이 되면 군견으로 등록된다. 12주째에는 군번인 ‘견번’(犬番)이 부여된다. 1년간의 훈련을 마친 500여 마리는 수색견·추적견·경계견· 탐지견 등으로 분류돼 각 예하 비행단과 기지에 배치된다.

공군 군견은 기지 내 전투기 주기장과 침입자를 막는 야간 순찰임무를 주로 수행하는데 ‘핸들러’만이 행동을 같이할 수 있다. 토종 진돗개는 충성심이 강해 함께 생활하는 핸들러가 제대하면 후임 병사를 따르지 않는 탓에 사교성 좋은 셰퍼드를 군견으로 양성하고 있다.

종합병원급인 병원에서 수의장교가 매일 꼼꼼하게 건강 체크를 하고 있다.
종합병원급인 병원에서 수의장교가 매일 꼼꼼하게 건강 체크를 하고 있다.
군견 에이스 핸들러 손청황 병장은 “군견도 사람과 같이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 “공격명령 등을 지시할 때는 핸들러와의 호흡과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군견의 후각은 인간의 1만 배, 청각과 야간 시각은 각각 40배와 10배에 달한다. 박 소대장은 “군견 1마리의 능력은 1개 중대의 전투력과 맞먹는다”면서 “공군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강조했다. 군견은 능력만큼 대우도 상당하다. 매일 소독 처리되는 ‘1견 1실’의 견사(犬舍)에서 생활을 한다. 종합병원급인 병원에서 수의장교가 매일 꼼꼼하게 건강 체크를 하고 있다. “사람보다 더한 호사를 누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군견도 때가 되면 제대한다. 관리규칙에 따라 8~9살(인간나이 65세)쯤 되면 후각과 추적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안락사를 시키거나 대학 수의과에 학술용으로 기증된다. 군 이외의 생활을 차단하는 것이다. 철칙이다. 군견으로 살다가 군견으로 죽는 셈이다.

정훈공보실장 김희강 소령은 “살아선 국가안보와 국익에, 죽어선 의학발전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빈츠’나 ‘우정이’ 등 군견은 대한민국의 영공 방위체제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군 가족’인 것이다.

글 사진 경북 예천 jongwon@seoul.co.kr

2013-03-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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