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근 메트로부 차장급
강정마을은 사시사철 맑고 깨끗한 물이 풍부해 화산섬 제주에서는 드물게 논농사를 짓는 등 예부터 ‘제일 강정’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넉넉하고 인심 좋은 마을로 유명했다. 강정천에는 은어가 뛰놀고 올레길 가운데 바다 풍광이 가장 아름답다는 7코스가 지나는 등 제주에서도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마을로 손꼽힌다.
하지만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되면서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주민들이 줄지어 사법처리되는 등 ‘최악 강정’으로 변한 지 오래다.
찬반 입장에 따라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고 친·인척 간에도 제사를 따로 지낼 정도로 마을공동체는 파괴됐다. 각자 이용하는 상점이 따로 생길 정도로 마을 전체가 갈등과 반목으로 6년째 신음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강정마을을 찾아 해법을 찾겠다며 큰소리쳤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지난 4일 논란의 핵심이었던 15만t급 크루즈선 입출항 시뮬레이션 결과를 수용하면서 갈등 해소와 마을공동체 회복 등을 위해 사법처리된 주민을 특별사면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특면사면을 주문했다. 일부에서는 해군기지 반대 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들을 사면하면 오히려 갈등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갈등 해소의 실마리라도 찾아야 한다. 곧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예전처럼 오순도순 모여 앉아 도란도란 정을 나누는 제일 강정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kkhwang@seoul.co.kr
2013-02-13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