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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더 진실해져야 할 때다/박얼서 시인

[기고] 더 진실해져야 할 때다/박얼서 시인

입력 2012-12-31 00:00
업데이트 2012-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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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양심이 제자리를 이탈하게 되면 그 어떤 지성적·종교적 양심마저도 바로 설 자리를 잃은 채 그대로 주저앉고 말 터이다. 정직과 정의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 보라!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양심이라면 이건 곧 인간성 상실에 처한 셈이다.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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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얼서 시인
박얼서 시인
정직과 정의를 빼앗긴 깜깜한 어둠 속에서 불안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위기의식마저 사라져 가고 있다는 증세다. 이런 황폐한 토양 위에 점점 더 뿌리를 뻗치는 건 사회적 불신과 갈등뿐이다. 비겁한 경제논리에 짓밟힌 우리 사회의 현주소이다.

이런 음습함 속에선 악순환적인 병폐들만 사회 곳곳에 숨어들 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깊이 뿌리내린 이기심과 증오, 폭력과 살인, 심지어 패륜적 범죄까지…. 이런 흉악함 앞에서 어떤 죄책감이나 거리낌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불쑥불쑥 공포를 느끼곤 한다.

물론 우리들 먹고사는 방식들, 그 자체가 늘 위험하고 각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하는 각축장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요즘의 세상살이, 그 행태를 듣고 바라보노라면 우리 사회의 불안이 재앙의 수준으로까지 비쳐지는 까닭이다. 그 어둠의 정도가 지나치다 못해 깊은 중병의 신음처럼 들려오니 말이다.

사실 우린 서로가 한 사슬에 묶인 공동운명체일 테다. 함께 마음 졸이고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한배를 탄 식구들인 셈이다. 서로의 안전과 생명을 걱정하고 책임져야 할 존재들이다. 풍랑이 거세면 거셀수록 더 단단히 붙잡고 서로 의지해야만 하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인연 줄로 이어져 있다.

높고 짙게 둘린 장벽, 이런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한 책임과 손해도 고스란히 우리 스스로의 몫이라는 걸 이참에 반드시 깨달아야 할 때다. 우리 사회의 모순적 갈등의 올바른 치유책이 절실한 오늘이다. 그 증상에 맞는 진단과 처방이 적극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우리 서로가 층층 겹겹이 쌓인 고질병적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까닭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은 지혜와 슬기를 모아야 할 참이다. 하루속히 정직과 정의, 상식의 가치를 올바르게 세우는 일이 급선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한 반칙과 부정, 속임수를 철저히 감시하고 막아내는 일이 성장의 가치보다도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건강한 우리 사회를 갈망하는 진심 어린 양심들이 더 많이 쏟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자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더 먼저 챙길 줄 아는 그런 공정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쁨보다는 이웃의 아픔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귀 기울이는 그런 착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우린 숨차게 달려 왔다. 지금쯤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을 때이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등 그 어떤 현안을 앞세우며 최우선이라는 논리는 있을 수 없다. 수레바퀴 어느 한 축도 멈출 수 없는 동반성장이 미래가치이기 때문이다. 이젠 한 걸음 더뎌질지라도 순리를 되찾을 때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진실해져야 할 때다. 하늘은 진실만을 응원하기 때문이다.

2012-12-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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