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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무상교육 확대 놓고 정부ㆍ지자체 ‘평행선’

3∼5세 무상교육 확대 놓고 정부ㆍ지자체 ‘평행선’

입력 2012-11-25 00:00
업데이트 2012-11-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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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국비 지원 안하면 내년 예산 전액 삭감” 교과부 “충분히 지원해 재정난 없다” 반박…학부모만 ‘발동동’

내년에 만 3∼5세 누리과정 확대시행을 앞두고 지방과 중앙 정부 사이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최악에는 내년 만 3∼5세 아이들이 유치원비와 어린이집 비용을 못 받을 수 있어 학부모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ㆍ도 의회들이 재정난이 심각하다며 누리과정 비용의 국고 지원이 없으면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고 반발하자 교육과학기술부는 ‘문제가 없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 “비용 전가” vs “돈 다 줘” = 전국 시ㆍ도의회 의장 협의회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누리과정에 지방교육재정을 쓰도록 결정해 타 교육 사업 예산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생 수가 많고 재정난이 심한 서울과 경기 등은 올해 연말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협의회의 김명수 회장(서울시의회 의장)은 2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가 생색만 내고 지방에 부담을 다 떠넘겼다. 예산 삭감의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미 충분한 재원을 지방정부에 준 만큼 추가적인 국비지원은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누리과정 예산을 삭감하면 누리과정 혜택을 규정한 유아교육법 등을 위반하게 되고 지원을 못 받는 국민의 반발도 클 것이라며 반박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부모에게 이미 주던 누리과정 혜택을 끊는다는 것은 정당성이 부족한 생각이다. 실제 실현 가능성도 작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22일 전국 시ㆍ도 교육감 협의회에서 교육감들에게 누리과정 예산이 차질없이 반영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지방의회와 별도로 이 사안을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방의회도 국비 지원 외에는 해법이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아 양측 입장은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 교부금이 다툼 원인 = 이번 갈등은 누리과정의 핵심 재원인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에서 불거졌다.

이 돈은 지방 교육 재원을 보충하기 위해 중앙 정부가 시ㆍ도 교육청에 보내주는 것으로 초ㆍ중ㆍ고교의 교원 임금, 운영비, 시설비 등의 용도로 쓰인다. 올해 액수는 38조5천억여원이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세금에서 나오는 만큼 세금이 잘 걷히면 자연스럽게 액수가 올라간다.

내년 교부금 증가액은 2조6천억원으로 이 중 누리과정 확대 운영에 필요한 추가비용 1조2천억원이 포함돼 재정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 교과부의 설명이다.

내년 3∼5세 누리과정 운영에 필요한 비용 3조6천97억여원 중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부담할 비율은 78.5%(2조8천350억원)에 해당한다.

누리과정은 애초 중앙정부와 시ㆍ도 교육청이 비용을 일정 비율씩 나눠 부담하는 ‘매칭 펀드’ 형태로 시작됐다.

작년과 올해 시ㆍ도 교육청이 교부금으로 부담한 비율은 각각 38.5%와 67.4%였다.

교육청의 부담 비율은 매년 올라 2014년 88.5%, 2015년에는 비용 4조4천549억원을 100% 교부금으로 내야 한다.

◇ “실질적 증액 없다” = 시ㆍ도 교육청 등은 정부 설명과 달리 실제로 교부금 증액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학교 운영비와 교직원 인건비 등도 시간이 지나며 늘어나기 때문에 실제로는 명목적 증액분이 다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ㆍ도 교육청과 지방의회는 누리과정을 ‘추가로 받는 돈은 없고 부담만 훨씬 더 무거워진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의 서윤기 위원(민주통합당)은 “서울시교육청의 내년 교부금 증액분 1천200억여원은 교직원 인건비 증가분인 1천700억여원도 못 채운다. 결국 기존 사업비를 깎으라는 요구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 측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누리과정을 100% 지원해야 하는 2015년부터 재정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누리과정 지원금은 무조건 줘야 하는 지출 항목이지만 세금에 의존하는 교부금은 경제 사정에 따라 증가액이 들쭉날쭉해 안정적 재정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2014년 이후 국내 경기 회복으로 교부금이 매년 8.8%(3.5조원)씩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지만 지방은 ‘경기 회복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 학부모들 “해법 꼭 내놔야” = 학부모 단체들은 중앙정부가 지방의회ㆍ교육청과 논의해 꼭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3∼5세 무상 교육이 무산돼 국가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참교육학부모회의 장은숙 회장은 “정부가 누리과정을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지적이 많지만 이미 시행한 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신뢰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 중앙정부와 여당이 공약한 정책인 만큼 지방 측과 협의해 중앙정부가 더 부담을 지는 쪽으로 문제를 푸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정책이 정치 쟁점이 될 수 없다. 중앙정부와 지방 측이 함께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 연합의 이경자 대표는 “애초 누리과정이 도입될 때 혜택 범위나 예산 규모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안다. 큰돈을 들여 무리하게 추진하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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