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美서 연구하고 포스닥 통해 훈련하면 노벨상 가능성”

“美서 연구하고 포스닥 통해 훈련하면 노벨상 가능성”

입력 2012-11-03 00:00
업데이트 2012-11-03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노벨화학상’ 로버트 레프코위츠 美 듀크대교수 단독 인터뷰

“나는 99% 실패했고 성공한 건 1%에 불과하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레프코위츠(69) 미국 듀크대 의대 교수는 1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시에 있는 듀크대에서 한국 언론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서울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면서 이같이 토로했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세포가 외부 신호에 반응하도록 하는 ‘구아닌 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를 발견한 공로로 지난달 10일 스탠퍼드대 의대 브라이언 코빌카(57) 교수와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과학자라는 선입견이 무색하게 이번 인터뷰에서 상당히 문학적인 화법을 구사해 인상적이었다.
이미지 확대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레프코위츠 미국 듀크대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실패는 교훈”이라며 “큰 목표를 갖고 있다면 실패를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레프코위츠 미국 듀크대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실패는 교훈”이라며 “큰 목표를 갖고 있다면 실패를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엄청난, 그리고 비범한 만족감을 느꼈다. 또 내가 속한 기관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당신의 연구 성과는 인류에 어떤 도움이 되는 건가.

-내가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떻게 약을 고안하느냐에 대한 중요한 암시를 갖고 있다. 내 연구가 사회에 준 가장 중요한 혜택은 신약 개발에 ‘임팩트’를 가한 것이다.

→연구 과정에서 실패한 적은 없나.

-내 실험의 99%가 실패였고 성공한 것은 1%밖에 안 된다. 아주 많이 실패하지 않았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실패는 교훈이다. 큰 목표를 갖고 있다면 실패할 준비를 해야 한다.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만약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너무 자주 성공한다면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목표가 위대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나.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다. 특히 연구 첫해에는 거의 포기 직전까지 갔었다. 과학자는 매우 힘든 직업이다.

→그런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나.

-같은 팀 동료들이 힘을 합쳐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정말로 당신의 목표가 가치 있다고 믿는다면 꿋꿋이 계속 밀고 나가라. 용기를 가져라.
레프코위츠 교수는 인터뷰를 마친 뒤 친절하게 ‘서울신문 독자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영문 메시지와 사인을 전해줬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인터뷰를 마친 뒤 친절하게 ‘서울신문 독자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영문 메시지와 사인을 전해줬다.


→실험 중 GPCR을 처음 발견했을 때 황홀경 같은 희열을 느꼈나.

-황홀경? 나는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는다(웃음). 남들이 모르는 어떤 것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흥분은 분명 유혹적이다.

→당신은 운이 좋다고 생각하나.

-나는 ‘자기 암시적 예언’을 신봉한다.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으면 실제로 행운이 온다고 나는 믿는다. 결국 운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쯤 은퇴할 생각인가.

-은퇴를 상상하는 건 힘든 일이다. 나는 늙은 몸을 가진 어린이다. 나는 살기 위해 일한 적이 없다. 실험실로 ‘놀이’를 하러 온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호기심과 관심, 낙천성, 윤리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한국의 경우 아직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안 나왔는데 한국인 과학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중요한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시도하기를 바란다. 나 같은 노벨상 수상자는 물론 중요한 경력을 갖고 있는 탁월한 과학자와 실험실에서 같이 일하는 것만으로 훈련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들한테는 당신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배울 점들이 있다. 성공한 과학자들은 나름의 과학적 감각과 취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엇이 중요한 문제이고 무엇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를 파악하려 노력하는데, 그런 멘토들로부터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접한 한국인 과학자들의 실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흥미롭게도 나는 한국인인 안승걸·김지희 박사 부부와 함께 일하고 있다. 그들은 정말 탁월하다. 우리 연구팀의 고참 중 한 명인 안 박사는 내 ‘오른팔’(right hand man)이다.

→한국인은 언제쯤 노벨상을 수상할 것으로 예상하나.

-한국 과학계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

→노벨상을 꿈꾸는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공부하고 포스닥(박사후 과정)을 통해 훈련을 받는 게 중요하다. 그런 뒤 한국으로 돌아가라.

글 사진 더럼(노스캐롤라이나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2-11-03 6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