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겨울철 전력대란 막을 수 있다/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겨울철 전력대란 막을 수 있다/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2-10-23 00:00
업데이트 2012-10-2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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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여름, 무더위로 전력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넘겼다. 하지만 다가올 겨울이 더 걱정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철보다 겨울철 전기소비량이 더 많고 전력 피크도 더 높다. 발전소 1기 건설에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코앞에 닥친 전력 부족은 공장과 사무실, 상가, 가정에서 최대한 절약하고 정부가 비상대책을 제대로 운용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을 믿고 이번 겨울철 전력대란도 무사히 넘기기를 기원할 뿐이다.

겨울철 전력대란 자체도 문제지만 그것이 매년 되풀이되는 일회성 행사로 인식된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언제부터인지 겨울철 전력대란은 찬 바람이 불면 가을맞이 정기세일처럼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일회성 이벤트가 되어 버렸다. 전력 부족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겨울철 전력대란의 원인을 짚어보고, 궁극적인 처방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 고온다습한 여름 기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겨울철 전력 수요가 여름철보다 더 높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냉방은 전기로 할 수밖에 없지만 난방을 전기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에서는 동절기 난방연료나 산업체의 열원(熱源)이 유류에서 전기로 바뀌고 있다. 그 이면에는 우리나라 에너지 가격정책, 즉 유류세제와 전기요금 문제가 숨어 있다.

그동안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유류세제는 가능한 한 높게, 물가안정과 산업체 지원을 위해 전기요금은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펴왔다. 고유가로 발전연료비가 대폭 상승했음에도 전기요금은 지난 몇 년간 계속 원가 이하로 억제해 왔다. 일부 산업용 전기요금이나 밤 시간대 전기요금은 수십년간 원가 이하로 운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유가가 진행되자 전기요금이 유류가격보다 훨씬 더 저렴해졌고, 난방연료나 산업용 열원이 유류 대신 값싼 전기로 몰리는 ‘전력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계절 중 가장 낮았던 겨울철 전력 수요가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다른 계절을 압도하고, 최근 동절기 전력대란이 발생하게 된 이유다.

전기요금보다 유류가격이 불리해진 것은 고유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기를 난방연료나 산업용 열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전기가 모든 에너지 중에서 가장 값비싼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모든 에너지원에서 전기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기쏠림 현상이 수요자 개인 차원에서는 합리적이고 경제적 선택일 수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전기로 난방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손실뿐 아니라 에너지 낭비와 온실가스 배출 등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즉, 발전과정에서 60% 이상의 열을 낭비하면서 화석연료를 전기로 바꾼다. 이렇게 만든 전기를 다시 열로 바꾸어 사용하면 결과적으로 연료가 2배 이상 소요되고 온실가스도 그만큼 더 배출된다.

매년 찬 바람이 부는 시기가 되면 겨울철 전기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일부에서는 걱정을 넘어 겨울철 전력대란이 발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간만 지나면 끝이다. 관심도 우려도 사라진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겨울철 전기 수요 억제를 위해 전기요금 등 에너지가격정책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목소리도 없다. 겨울철 전력대란도 문제지만, 이를 다루는 사회분위기 역시 문제라고 보는 이유다. 겨울철 전기대란에 대해 ‘요란한 호들갑’으로 사전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 가격정책에 대한 ‘답답한 침묵’을 깨는 것이 아닐까?

2012-10-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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