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설서 사회소설로 ‘변신’ 소외된 이웃의 삶 고스란히…

입력 : ㅣ 수정 : 2012-08-1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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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쓴 단편 묶어 ‘비행운’ 출간 김애란
“소년출세지만 ‘정신 차리자’라고 생각했어요.”

최근 소설집 ‘비행운’(문학과지성사 펴냄)을 낸 소설가 김애란(32)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2세에 대산문학상으로 데뷔했으니, 어른들이 인생에서 가장 기피해야 한다는 소년출세 아니냐.”고 질문하자 이런 대답을 턱 하니 내놓았다. 지난해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펴냄)이 1년 만에 25만부가 팔려 나가며 단박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을 때도 김애란은 “책마다 반응이 어떨지 모르고 예상할 수도 없는 것이니, ‘역시 정신 차리자’”라고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소설가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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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김애란



흰 피부에 커다란 검은 눈이 또렷한 김애란은 원래 유머러스하고 명랑한 소설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써온 단편소설을 묶어낸 ‘비행운’은 세상과 삶의 무게는 천근만 한 대형 바위로 꾹 눌러놓은 듯 묵직한 소설들로 꽉 채웠다. 표제작인 비행운(飛行雲)은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 형성되는 구름을 말하는데, 소설을 읽다 보면 행운이 없다는 뜻의 비행운(非幸運)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질 나쁜 채무자가 된 대학 졸업자로 죽어서도 박스를 줍는 할머니의 환영을 보고 오열하는 88만원 세대, 화장실과 동격으로 취급받지만 감옥에 있는 아들에게 사식을 넣어 주기 위해 명절 근무를 자청하는 원형탈모증으로 대머리가 돼 가는 공항 화장실 청소부, 첫사랑으로 인해 발 들인 다단계 판매업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학원 제자를 밀어넣고 그 제자가 자살하자 죄의식에 시달리는 전직 학원선생, 재개발 지역의 건물 잔해 위에서 양수가 터진 임부, 크레인 위에서 체불 임금을 요구하다가 실족한 아버지에 이어 홍수로 집을 잃고 다시 크레인에 올라야 하는 소년, 집안의 멸시를 받으며 어찌어찌 조선족과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뤘지만, 암으로 아내를 잃고 그 아내가 녹음한 테이프로 중국어를 익히는 택시기사 등이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20대뿐 아니라 50대도 읽는다면 통곡하고 싶은 심정에 빠질 만한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을씨년스러운 재개발지역을 다룬 소설은 어떻게 썼을까 싶었다. “취재를 일부러 하지는 않았는데, 지난 4년 동안 소설 속의 소재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내가 결혼 전에 살던 서울 회기동이 실제 재개발이 일어난 공간이고, 용산 사태도 벌어지고 해서 쓸 수 있었어요.”라고 김애란은 말했다. 22살 느닷없이 소설가 데뷔를 한 뒤로 ‘총알’(데뷔 전에 써놓은 미발표 작품들)이 많지 않아 청탁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쓰다 보니 시의적으로 민감해졌다. 또 처음에는 주변의 가까운 소재를 쓰다가 한발한발 밖으로 나가게 되면서 마주하게 된 사회적 소재들이다. 그는 “서산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에 진학하면서 살게 된 서울이란 공간이 하나하나 신기했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서 편의점, 고시원, 노량진, 신림동 이야기를 썼고, 공간의 이야기가 재개발 지역까지 확장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퇴고를 많이, 오래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1년 365일 중 300일 정도 소설을 쓰고, 첫날 200자 원고지 3장을 쓰고 다음 날 이어 4장째를 쓰는 것이 아니라, 첫 장부터 다시 쓰면서 4장을 마무리하는 식으로 쓴다. 김애란의 소설이 밀도가 높은 이유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정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10년째 소설가의 길을 가는 김애란은 “작가가 되려고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자신이 누구인지,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호기심과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작가가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소설을 쓰는 경지에 올라 평생 동안 소설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2-08-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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