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랑이 내게 꿈같은 기적을 안겨줬죠”

“한국 사랑이 내게 꿈같은 기적을 안겨줬죠”

입력 2012-06-28 00:00
업데이트 2012-06-2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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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코리아.”

뼈에 종양이 생기는 ‘뼈암’으로 1년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인 피터(오른쪽·57)가 국내 의료진의 수술로 새 생명을 얻은 뒤 “한국 사랑이 내게 기적을 안겨줬다.”며 밝힌 감사 인사다. 피터는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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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앓이’ 커 마지막 1년 보내려 다시 입국

서울아산병원은 연골육종이라는 희귀 난치성 뼈암을 앓고 있는 피터의 종양을 제거했다고 27일 밝혔다. 수술을 맡은 간담도췌외과 김송철(왼쪽) 교수팀은 “수술은 성공적”이라면서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피터 진료비의 절반을 댔다.

피터의 한국 사랑은 남달랐다. 2001년 한국 생활을 결심하고 입국했다. 교사 자격증으로 학원 영어 강사 자리를 얻었다. 한국인들의 열정과 노력, 친절함과 정에 매료된 피터는 한국을 모국만큼 사랑했다. 2006년 가슴과 등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점 심해졌다. 2009년 휴가를 내 남아공으로 귀국, 병원을 찾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2010년 재검 결과 연골육종이라는 희귀 암을 진단받았다. 남아공에서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피터는 주어진 마지막 1년을 한국에서 보내기로 마음먹고 입국했다. 타국이지만 ‘한국앓이’가 컸던 탓이다.

●13시간 50분 ‘전쟁 같은 대수술’

지난 4월 영어학원에서 뜻밖의 만남이 있었다. 피터가 2006년 한 학원에서 가르쳤던 유치원생,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여학생과 재회한 것이다. 피터는 학생과 그의 어머니에게 자신의 병을 털어놓았다. 학생의 아버지가 바로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노규정(50) 교수였다. 노 교수는 병원 측과 논의해 피터의 수술을 돕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병원을 찾은 피터의 상태는 심각했다. 갈비뼈, 간, 늑막, 횡경막, 후복막 등 여러 부위에서 다발성 종양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수술은 범위가 넓어 까다로웠다. 지난 5일 13시간 50분간의 대수술이 이뤄졌다. 김 교수는 수술에 대해 “전쟁 같았다.”고 말했다.

28일 퇴원을 앞둔 피터는 “한강의 기적처럼 내게도 기적이 찾아왔다.”면서 “한국 어린이들을 위해 좋은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2-06-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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