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한국춤 보신 적 있나요

섹시한 한국춤 보신 적 있나요

입력 2012-06-05 00:00
업데이트 2012-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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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수석 장현수 27~29일 기획공연 ‘팜므파탈’

일상에서는 감정에 솔직한 귀여운 여인이다. 무대에서는 신기 어린 모습에 소름 끼치는 무녀가 된다. ‘솔(Soul) 해바라기’에서, ‘코리아 환타지’ 속 ‘기도’에서 그랬다. 때로는 위엄 넘치는 왕비로(‘명성황후’), 외롭고 한 많은 후궁으로(‘코리아 환타지’), 순수하면서도 애절한 규수로(‘춤, 춘향’) 거듭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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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장현수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16년간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면서 천의 얼굴을 보여 준 장현수(39)가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낸다. 오는 27~29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리는 ‘팜므파탈’에서다. 국립극장이 전속단체 예술인을 소개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국립극장 기획공연 시리즈로, 그가 6월의 주인공이다.

안무뿐 아니라 세트, 조명 등 무대 전반을, 그것도 대극장 공연으로 준비해야 하는 그에게 상황을 묻자 “구상대로 진행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밝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는 이미 ‘검은 꽃’, ‘사막의 붉은 달’, ‘춤놀이’ 등에서 안무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제 오랫동안 품었던, 대극장에서 내 작품을 올리고 싶다는 바람을 현실화하면 될 터. 물론 그게 가장 높은 관문이지만.

“한 여인의 시간 여행이라는 흐름이 전체를 관통한다.”는 그는 “사랑스러운 소녀가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팜므파탈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면서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왜 ‘팜므파탈’일까. “무용극을 만들고 싶었고, 지금껏 드러내지 않았던 모습을 담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전과도 같은 무용극’이라는 접점에 팜므파탈의 이미지가 있었다.

공연은 총 3막으로, 그 안에 다양한 춤을 녹여냈다. 1막에서 신무용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다채로운 춤을 보여 준다. 살풀이와 물동이 춤, 탈춤의 일부분인 취바리 춤, 남녀의 솔로 춤, 여성의 관능미가 돋보이는 군무, 천도무 등이 녹아 있다.

3막은 무용극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기초로 했다. 세례자 요한에게 사랑을 거절당하자 헤로데 왕을 부추겨 그를 죽이도록 한 내용이다. “타락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보여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이야기는 알기 쉽게 풀어가면서 한국적인 춤을 관능적이고 강렬한 안무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무대가 독특하다. 요한을 감옥이 아니라 계단 위 수조에 가두고, 요한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계단에서 물이 흐르도록 했다. 계단에 앉은 살로메가 그 물을 맞으며 요한의 죽음을 깨닫고 광란의 춤을 춘다.

장현수가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1막)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3막)를 음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막과 3막을 이어주는 완충 역할로서 2막은 댄스컴퍼니 무이의 안무가 김성용이 준비한 현대무용이 들어간다.

장현수는 짐짓 비장한 표정으로 “어쩌면 평론가들이나 무용계 어르신들이 ‘저게 무슨 한국춤이냐’고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과감하게 그동안의 한국춤과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 주려는 의지가 단단하다.

“이번 공연은 일종의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제가 구상한 대로 나오면 희열을 느끼겠죠. 무엇보다도 그 희열이 관객에게도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12-06-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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