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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국 행사요원 7000여명 안식처 ‘엑스포타운’ 24시

내·외국 행사요원 7000여명 안식처 ‘엑스포타운’ 24시

입력 2012-05-15 00:00
업데이트 2012-05-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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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화장실 전쟁… 밤에는 두 차례 점호… 녹초되어도… ‘동고동락’ 웃음꽃

여수 엑스포 개막 이후 관람객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했지만 조직위와 운영요원 등의 수고는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이들은 밤 늦은 시간에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다음 날엔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 일정을 준비한다. 박람회 기간 내·외국 행사요원 7000여명이 숙소로 사용 중인 엑스포타운의 24시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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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타운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박람회 기간 내·외국 행사요원 7000여명이 숙소로 사용하도록 건설한 24개동, 1442가구의 아파트 단지. 임시진료소, 공동세탁소, 미용실, 종교시설, 비즈니스센터, 안전대책본부, 식당 등 35개 부대·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엑스포타운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박람회 기간 내·외국 행사요원 7000여명이 숙소로 사용하도록 건설한 24개동, 1442가구의 아파트 단지. 임시진료소, 공동세탁소, 미용실, 종교시설, 비즈니스센터, 안전대책본부, 식당 등 35개 부대·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지난 13일 밤 박람회장의 ‘게이트 4’를 나서 엑스포타운으로 향하던 한 여성 도우미는 피로에 잔뜩 절은 모습이었다. “다리가 무겁다.”면서도 “맥주 한 캔과 소시지 하나를 샀는데 한 모금 들이켤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옆에 있던 동료는 “오늘 하루 너무 힘들어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하소연했다.

폐장시간인 밤 11시, 엑스포타운 옆 환승주차장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들이 철수를 서둘렀다. “피곤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환하게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들은 목포에서 지원 나온 전경들이라고 했다.

관람객들이 막바지 기념촬영에 몰두하고 있을 무렵 흰색 조리복을 입은 최종례(62)씨가 잰걸음으로 숙소인 엑스포타운으로 향했다. 최씨는 “하루 3000명분의 식사를 준비했는데 4분의1가량만 팔려 아쉽다.”고 말했다. 30년간 군생활을 한 뒤 제대한 최씨는 박람회장 내 식음료점에 재취업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로 지원했으나 탈락한 뒤 식음료점 구인광고를 보고 문을 다시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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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밤 11시 박람회장 폐장 직후 운영직원들이 고단한 몸을 이끌고 숙소인 게이트 4 앞 엑스포타운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13일 밤 11시 박람회장 폐장 직후 운영직원들이 고단한 몸을 이끌고 숙소인 게이트 4 앞 엑스포타운으로 향하고 있다.


보안요원인 김슬기로운(20)군은 환히 불을 밝힌 엑스포 디지털갤러리 밑에서 뒷정리에 나섰다. 밤 12시 무렵 교대자가 내려오면 김군도 숙소로 돌아가 단잠을 취할 수 있다. 김군은 “여수 토박이로 고교 졸업 뒤 진로를 고민하다 지원했다.”면서 “남들이 빅오쇼 볼 때도 자리를 지켜야 하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폐장 직후 조직위의 차재옥 과장도 서둘러 빅오쇼가 열렸던 야외무대로 향했다. 50대인 차 과장은 “가족이 가장 보고 싶다.”면서 “폐장 직후에도 각종 전시관과 공연시설 관계자는 점검에 나서느라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엑스포타운의 실제 생활은 어떨까. 1블록에는 강동석 위원장과 간부진, 외국인들이 머물고 있다. 2블록은 운영진과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취재진이 들어선 아파트는 가구마다 TV만 갖춘 채 이불과 요가 있는 방이 3~4개씩 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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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장 직후 흰색 코트 차림의 여성 도우미들이 엑스포타운 앞 임시 카페에 모여 핫도그 등 야식을 주문하고 있다.
폐장 직후 흰색 코트 차림의 여성 도우미들이 엑스포타운 앞 임시 카페에 모여 핫도그 등 야식을 주문하고 있다.


경기 시흥에서 내려운 주부 자원봉사자 손경희(47)씨는 “가구당 성별·연령별로 7~9명씩 무리지어 생활하는데 아침부터 전쟁을 치른다.”며 “여자 9명이 화장실 2곳으로 나뉘어 화장까지 마치려면 새벽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가구마다 실장이 있어, 밤 11시 30분과 자정에 걸쳐 두 차례 점호가 이뤄진다.

지난 10일 엑스포타운에 입주한 손씨는 여수엑스포 1기 자원봉사자로, 10일의 봉사기간을 마치면 2기와 임무를 교대해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는 엑스포타운의 분위기를 “가족 같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박수정(24)씨와는 벌써 ‘우리 딸’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워졌다. 손씨는 “그동안 20대를 철없다고 생각했으나 이곳에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여수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2012-05-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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