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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연구 가로챘다고?”

“교수가 연구 가로챘다고?”

입력 2012-05-11 00:00
업데이트 2012-05-1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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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논문 참여 대학원생 주장… 남교수 사표 제출

남구현 이화여대 교수의 균열연구가 실린 네이처지의 표지.
남구현 이화여대 교수의 균열연구가 실린 네이처지의 표지.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표지논문을 게재한 남구현(32) 이화여대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 특임교수<서울신문 5월 10일 자 27면>의 연구 성과를 놓고 연구진 사이에 이른바 ‘공로 다툼’이 일고 있다. 연구에 참가한 이화여대 대학원생 전모씨가 지난 9일 다음 아고라에 ‘대학원생은 노예인가? 교수가 연구결과 독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대학 측은 10일 파문이 확산되자 연구윤리위원회 개최를 검토하고 나섰다. 남 교수는 갈등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 3월 대학 측에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학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상식 이하의 비난’이라며 남 교수를 옹호하고 나섰다.

전씨는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연구 주제를 제안한 사람은 남 교수지만 홀로 밤새워 실험하고, 아이디어를 적용해 좋은 결과를 냈음에도 공동 저자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이에 대해 “네이처의 규정을 따랐을 뿐이며, 아이디어 자체도 2007년부터 내가 가지고 있었고, 실험 방법도 모두 지시했다.”면서 “해당 학생뿐만 아니라 실험에 참여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까지 모두 ‘도움을 주신 분들’(Acknowledgement)에 이름을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지난해에 전씨에게 저자로 게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알았다는 답변도 받았는데 갑자기 이제 와서 글을 올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의아해했다.

학계에서는 전씨의 주장이 무리하다는 쪽이다.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대한화학회장은 “각 저널은 실험, 아이디어 제공, 논문 작성 등의 항목에 따라 저자를 정하는 기준이 있고 네이처 같은 경우 더 엄격한 편”이라면서 “실험에 참여했다고 저자가 될 수는 없고,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교신저자(연구 프로젝트 전체를 책임지는 사람)인 남 교수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도 “학생 이름 하나 넣어주는 것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전씨가 해당 글에서 ‘논문 내용은 전혀 모른다’고 한 부분은 단순 실험자에 불과했다는 점을 자인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씨의 글에 관련 글을 적은 한 연구자는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는 잘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과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라면서 “최초 아이디어와 방향성을 남 교수가 제시한 만큼 연구에 대한 절대적인 우선권을 갖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사태는 해당 논문의 제2저자이자 전씨의 지도교수인 박일흥(55)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와 남 교수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적잖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에 일부 기기와 전씨 등의 연구원을 지원하면서 제2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남 교수는 연구만 전담하는 계약직 교수 신분인 탓에 연구원과 기기를 사용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남 교수는 “박 교수가 실제 실험에 참여하지 않았으면서 교신저자를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자 관계가 멀어졌고 두 달 전쯤 사표를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제자가 고생만 하고 이름도 못 넣은 부분과 아이디어 도용에 대해 곧 열릴 연구윤리위원회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자신이 실험에 기여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네이처 측에 논문과 관련된 항의 메일을 보내 답변을 받았지만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전씨는 네이처 측에 논문과 관련된 항의 메일을 보내 “학교측에 얘기하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나와 관련된 저자 문제는 이미 지난해 결론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논문은 교신저자의 권한인 만큼 연구윤리와 관련된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2-05-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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