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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열린세상] 일본에 현대차가 없는 이유/국중호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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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12-05-07 00:24 열린세상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국중호 日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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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중호 日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세계 시장에서 약진이 눈부신 현대차가 일본에선 안 보인다.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해 4000대 판매를 목표했으나 1100대 정도를 팔았고 재작년에는 118대를 파는 데 그쳤다. 2010년 일본의 수입승용차 등록대수 21만 3000대 중 고작 0.06%이니, 일본에서 현대차가 안 보인다 해도 무방하다. 작년에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659만대를 팔아 토요타자동차의 판매대수 795만대를 뒤쫓고 있으니 놀라운 성과다. 그런 현대차가 유독 일본에선 맥을 못 춘다. 왜일까?

혹자는 일본 시장의 폐쇄성을 지적하지만, 폭스바겐(4만 7000대), BMW(3만 2000대), 벤츠(3만 1000대) 등 독일차가 선방하고 있으니 꼭 폐쇄적이라 할 수도 없다. 이럴 때 전통과 국격의 차이가 곧잘 제기된다. 현대차는 폭스바겐, BMW, 벤츠보다 전통이 짧고, 한국은 독일보다 국격이 낮으니 일본인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신주쿠에서 한국 음식이 잘 팔리고 일본 위성방송이나 케이블 TV에서 한국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는 것은 왜인가? 이를 단순히 한류붐이라 하면 어째서 현대차는 한류붐의 물결을 타지 못하는가?

일본인들의 가격대별 상품 선호 차이가 일본 내 한국 상품의 위상을 보여 준다. 자동차 가격은 보통 중고차라면 몇십만엔(몇백만원), 신차라면 몇백만엔(몇천만원)이 시세다. 이에 비해 한국 음식, 한국 드라마 시청료, 한류스타 사진이나 책자, BB크림과 같은 한국 화장품의 가격은 몇백엔이거나 몇천엔이다. 주머니 사정에 그리 구애받지 않고 부담 없이 먹고 즐길 수 있는 백엔대에서 천엔대가 일본 내 한국 상품의 위치다. 일본인들이 한국 상품을 찾기 시작한 것도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 히트 후의 일이니 어언 10여년이다.

1엔짜리 동전도 가죽 지갑에 꼭꼭 챙기는 일본인들이다. 이들이 100엔대 1000엔대 한국 상품에 눈을 돌리게 된 것만 해도 격세지감이다. 1만엔대 한국 상품도 드문 판국에 10만엔대 100만엔대의 현대차를 내놓는다 해도 선뜻 사겠다고 지갑을 열 리 없다. 일본에 현대차가 안 보이는 이유다. 이런 일본인들의 행동을 보고 어떤 이들은 갈라파고스 현상(내부지향성)이라고 비판한다. 그런 비판이 틀리지는 않는다 해도 섬 안 일본인들 인식에 대한 현실 직시가 요구된다.

주일 한국대사관과 재일한국기업연합회가 2010년 7월 홍보기획사 덴쓰(電通)에 의뢰해 일본 시장에서의 한국 제품 이미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제품은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이미지가 강한 반면, 일본 제품은 ‘품질이 좋다’, ‘기술력이 있다’, ‘신뢰성이 있다’는 이미지가 월등히 강하다. 예컨대 ‘가격이 싸다’는 이미지는 한국 상품이 48.7%, 일본 상품이 1.3%로 나타나고, ‘신뢰성이 있다’는 이미지는 한국 상품이 4.7%, 일본 상품이 68.9%로 나타나는 식이다. 이처럼 일본 상품에 비해 가격이 싸고, 품질·기술력·신뢰성이 낮은 이미지가 일본 시장에서 한국 상품 인지도에 대한 현주소다.

요즈음 들어 한국이나 한국 상품에 대한 인식도 바뀌면서 일본인들이 1만엔대 한국 상품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비록 시장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LG TV가 양판점에서 많이 진열되고, 아모레 퍼시픽의 설화수 화장품이 내로라하는 일본의 전통백화점(미쓰코시, 이세탄, 다카시마야 등)에 입점했다. 또 삼성이 일본의 2대 통신업체 도코모와 au에 스마트폰 갤럭시를 공급하고 있다. 모두 고집스럽기로 유명한 양판점, 전통백화점, 통신업체에서 승부하는 1만엔대 상품 도전이다.

‘장래성을 느낀다’와 ‘활기가 있다’가 덴쓰 조사에서 한국이 일본에 비해 높게 나온 항목이다. 이제서야 1만엔대 한국 상품이 일본 시장 시험대에 올라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런 와중에 10만엔대 100만엔대 현대차가 들어온다 해도 시기상조다. 1만엔대 상품 시험에서 합격한 후라야 10만엔대 100만엔대 현대차도 재미를 볼 듯하다. 지금처럼 세계 시장에서 내공을 다져가며 일본 시장 진출 실패를 와신상담의 기회로 삼는 것이 나을 듯싶다. 세계 시장 석권을 통한 일본 시장 돌려치기 전략이다.

2012-05-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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