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 카페는 사이비 종교… 배신자 극단적 응징”

“사령 카페는 사이비 종교… 배신자 극단적 응징”

입력 2012-05-03 00:00
업데이트 2012-05-0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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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 잔혹 살인 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학생 살해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라인의 폭력성이 오프라인에서 그대로 재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메신저 채팅에서 비롯된 갈등을 현실로 그대로 옮겨와 벌인 10대들의 잔혹극이라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메신저, 인터넷 카페 등에서 시작된 갈등을 마치 자신들에게 부여된 과업처럼 여기고 현실로 연결지은 상황”이라면서 “인터넷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리분별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라는 점이 화를 키웠다고도 했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또 “온라인 인간관계에 빠져 현실 감각을 잃고 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사이버상 대화를 현실로 착각, 중독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가해 학생들의 성장 배경에 학교 부적응, 가족 해체 등으로 인한 인간관계 결핍 문제가 깔려 있을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송원영 건양대 심리상담치료학과 교수는 “온라인 활동에 열중하는 학생일수록 뿌리 깊은 외로움으로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도 기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16세 때 범행을 저질렀다 해도 문제의 요인은 이미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쌓여 왔다고 봐야 한다.”면서 “어린 나이에 친구 없이 인터넷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의 범행이 “사이비 종교적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건 당사자들이 죽은 영혼에 대해 정보를 나누는 ‘사령(死靈)카페’에 가입했고 평소 영혼·주술 등과 관련한 대화에 심취했던 까닭에서다. 스마트폰 대화방에서 피해자 김모(20)씨가 독선적으로 행동하자 ‘강제탈퇴’ 방식으로 왕따를 시킨 뒤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응징’을 가한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의자인 10대들이 그들의 공동체인 사령카페가 김씨에 의해 공격당하자 복수의 의미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마치 가정이나 국가, 종교 등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해치려는 사람에 대해 방어적 공격을 가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자신들의 믿음에 대해 무조건적인 결속력을 보이고 인정하지 않으면 강한 반감을 갖는 것이 놀랄 만큼 사이비 종교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엄한 처벌이 뒤따를 것임을 알면서도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도 사이비 종교적 행태와 유사해 보인다.

표 교수는 “강한 집단심리가 형성돼 있어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 “냉정하게 현실을 깨달은 뒤에야 자책감을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2-05-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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