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정부규제 관련 강의서 주제와 다른 ‘여성비하’ 쏟아내
소설가이자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복거일(66)씨가 이화여대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여성 비하적인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복씨는 “남성은 자식이라도 자신의 유전자를 가졌는지 확신할 수 없어 계속 다른 여성과 성적인 관계를 가져야 한다.”면서 “관습은 우리 사회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어서 함부로 없애서는 안 된다. 호주제 역시 폐지해서는 안 된다.”며 성차별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문제의 강연 내용이 알려지자 이화여대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복씨의 발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인 데다 강의 목적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학생 A씨는 “강연 내내 성적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과거 여성을 억압하던 관습이 과학적 또는 유전학적으로 정당하다는 듯 주장하는 모습이 황당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B씨는 “강연 내내 분위기가 술렁거렸다.”면서 “질문도 받지 않던데, 아마 학생들이 따질까 봐 그랬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내 양성평등센터에 복씨를 신고했다. 또 강연 내용은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인 이화이언에 올려졌다.
해당 수업은 매주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진행하는 강의다. 복씨는 당초 ‘정부규제의 이념적 논의’를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수업시간 3시간 중 절반 이상을 수업과 무관한 여성 비하적 발언으로 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씨를 섭외한 조택 교수는 “학생들로부터 강연 내용을 전해들었다.”면서 “복씨가 그동안 책이나 기고에서 밝힌 내용이 강의 주제와 연관이 있을 것 같아 섭외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조치할 부분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복씨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복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상한 사람이 (강의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관심 가질 만한 일도 아니니 (나 말고) 학교에다 말하라.”고 말했다.
김진아·명희진기자 jin@seoul.co.kr
2012-03-29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