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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Health Issue] 헬리코박터와 위장 건강

[Weekly Health Issue] 헬리코박터와 위장 건강

입력 2012-03-19 00:00
업데이트 201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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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땐 위암 발병률 2배↑… 항생제로 박멸

강력한 위산이 분비되는 위에서도 세균이 살 수 있을까. 이 간단한 듯 보이는 의문에 답을 구한 것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였다. 호주의 베리 마셜 박사팀은 위에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라는 세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규명해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헬리코박터가 문제다. 위에 기생하며 곳곳에 상흔을 남긴다. 위염과 위궤양을 유발하는가 하면 위암과의 상관성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국내 성인 10명 중 7명이 가졌으며, 위염과 위궤양, 위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헬리코박터와 위 건강에 대해 소화기 전문병원 비에비스 나무병원 홍성수 부원장으로부터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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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헬리코박터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위·십이지장 부위에 염증 및 궤양을 만들 뿐 아니라 심하면 암까지 유발하는 등 위험성이 새롭게 조명되는 탓이다. 사진은 홍성수 부원장이 위 내시경검사를 하는 모습.
최근 들어 헬리코박터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위·십이지장 부위에 염증 및 궤양을 만들 뿐 아니라 심하면 암까지 유발하는 등 위험성이 새롭게 조명되는 탓이다. 사진은 홍성수 부원장이 위 내시경검사를 하는 모습.


●먼저, 헬리코박터균의 실체를 설명해 달라

호주의 병리학자 워런과 마셜 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의 유문(파일로리) 부위에 사는 나선형(헬리코)의 균(박터)으로, 크기는 2∼7×0.4∼1.2㎛ 정도의 섬모를 가진 막대균이다.

●헬리코박터는 체내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

이 균은 위 점막의 점액층 바로 밑, 즉 위의 상피세포 표면에 붙어살며, 스스로 독소를 배출해 기생하는 부위의 위세포를 손상시킨다. 위염이나 위·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헬리코박터는 어떻게 검사, 진단하는가

헬리코박터를 검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혈액검사로 핏속의 면역반응을 살피는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은 감염을 확인할 수 있지만 멸균된 후에도 상당 기간 양성반응을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일명 ‘CLO검사’로 불리는 유리에이스 검사도 있다. 헬리코박터는 강한 요소 분해효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 조직이 요소를 분해하는 정도를 보면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위의 특정 부위에서만 조직을 채취하므로 전체 상태를 살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위 내시경으로 조직을 채취해 세균을 배양하거나 직접 세균을 관찰하거나 날숨을 채취해 헬리코박터의 존재 여부를 알아보는 요소 호기검사법도 있다. 위에 헬리코박터가 있으면 요소를 분해하면서 암모니아를 만드는데, 이때 생성되는 탄산가스를 측정해 헬리코박터의 유무를 파악한다. 이 검사법은 내시경 없이 시행하는 간편하고 정확한 방법으로, 치료 후 멸균 여부를 파악하는 데 적합해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된다.

●헬리코박터가 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상세히 설명해 달라

헬리코박터가 위장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물론 헬리코박터를 가졌다고 모두 위장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나 위염·위궤양·위암의 발생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감염 상태가 지속되면 만성 위염을 유발하고, 이어 위 점막이 위축되는 위축성 위염을 거쳐 위의 점막세포가 소장이나 대장의 세포처럼 변하는 화생성 변화로 이어진다. 위축성 또는 화생성 위염이 있으면 위산 분비가 줄고, 이 상태에서 심해지면 위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또 헬리코박터는 위·십이지장궤양 등 소화성 궤양도 유발한다. 실제로 위·십이지장궤양 환자들은 대부분 이 균에 감염돼 있으며, 균을 없애면 궤양도 낫고, 재발률도 크게 낮아진다. 역학연구에 따르면 헬리코박터에 감염이 된 사람은 위암 발생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적어도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도 1994년에 헬리코박터를 ‘확실한 발암인자’로 규정했다.

●국내 헬리코박터 보균율은 얼마나 되며, 특징적인 추이는 무엇인가

헬리코박터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감염됐을 만큼 흔하며, 특히 한국을 비롯, 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와 인도·아프리카 등지의 감염률이 높다. 국내의 경우 전 국민의 46.6%, 성인의 69.4%가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점차 생활양식이 서구화되면서 젊은 층 감염률은 현저히 감소하는 추세이며, 이런 상태라면 머지않아 미국처럼 감염률이 3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국인이 특히 헬리코박터에 취약한 이유가 따로 있는가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즉, 국이나 찌개 등을 함께 떠먹거나 음식물을 씹어서 아이에게 먹이는 등의 식습관이 헬리코박터 감염을 높이는 요인일 수 있다.

●헬리코박터가 감염되는 경로를 짚어 달라

헬리코박터가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입을 통해 들어와 위 점막에 기생하는 것은 확실하다. 또 위 속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는 위액이 식도를 타고 역류할 때 함께 따라나와 음식을 함께 먹을 때 다른 사람에게 옮겨질 수도 있고, 입맞춤을 할 때 전파될 수도 있다. 헬리코박터는 대부분 아동기에 주로 감염되는데, 감염 경로는 유아나 유치원 등에서의 집단생활과 가족, 특히 어머니로부터의 수직감염이 주요 경로로 보인다.

●헬리코박터는 어떻게 치료하는가

우리나라처럼 헬리코박터 감염이 흔하고, 위암이 많은 상황에서는 헬리코박터 보균자라고 무조건 치료를 권하지는 않는다. 소화불량증이나 복부 불편감이 있으면 내시경을 통해 원인을 살핀 뒤 의사와 상의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단, 위·십이지장궤양 등의 병력이 있거나 위암 내시경수술 후, 위 임파종이 있는 경우라면 헬리코박터 치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헬리코박터는 보통 1∼2주 정도 항생제를 복용하면 치료가 되며, 위산이 있어야 생존이 가능한 특이한 균이어서 위산억제제를 같이 먹으면 치료 효과가 더 좋다. 흔히 재발을 걱정하지만 성인에서 치료 후 1년 안에 재발할 가능성은 2∼3%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헬리코박터와 유산균의 상관성에 대한 견해도 밝혀달라

프랑스 파리 11대학의 세르뱅 박사팀은 1998년에 실시한 실험에서 헬리코박터 보균자에게 7일간 항생제 치료를 하면서 유산균을 투여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유산균 투여 그룹에서는 87%의 헬리코박터가 사라졌지만, 유산균을 투여하지 않는 그룹에서는 70%만 사라졌다. 연구팀은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박테리오신이란 물질이 헬리코박터의 성장을 억제할 뿐 아니라 헬리코박터가 위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비하는 우레아제라는 요소 분해효소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많은 임상실험에서도 위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산균이 체내에서 헬리코박터 활동을 억제하고 재감염률을 떨어뜨린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2-03-1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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