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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회장과 30분 싸웠다니… 때 돼서 물러나는 것일뿐”

“김승유회장과 30분 싸웠다니… 때 돼서 물러나는 것일뿐”

입력 2012-03-06 00:00
업데이트 2012-03-0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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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하는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요즘 김승유 하나금융 그룹 회장 못지않게 만감이 교차하는 이가 있다. 김종열(60) 하나금융 사장이다. 그가 사퇴를 발표한 것은 지난 1월 11일. 워낙 급작스럽게 이뤄진 발표였기에 금융권이 한바탕 떠들썩했지만 정작 퇴임 순간은 김 회장의 ‘퇴진’에 가려 조명받지 못하는 양상이다.

그는 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개인은 떠나지만 조직은 영원하다.”며 뱅커 정신을 누누이 강조했다. 지독한 독감에도 지난 2일 김 회장이 주최한 만찬행사에 끝까지 남아 불필요한 억측을 차단했던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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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다시 한번 물어보자. 왜 사표를 던졌는가.

-몇 번을 물어도 같은 대답이다. 그날(11일) 금융위원회 회의에 우리 안건(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상정되지 않았다. 설마 했다가 (미상정 사실을) 확인하고는 오후에 바로 던진 거다.

→후계 구도에서 탈락한 사실을 알고 ‘욱했다’는 소문이 지금까지 나돈다.

-김승유 회장과는 35년 동고동락했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김 회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 그런데 김 회장과 30분 싸우다가 사표를 던졌다는 둥 별별 소리가 다 나돌았다. 싸우든 뭘 하든 우리는 3분이면 끝나는 사이다.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알 일이다. 어찌 됐든 김 회장에게 서운하지 않은가.

-그런 것 없다. 후회 없이 일했고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는 것뿐이다.

→하나드림소사이어티(공익재단) 이사장 직을 맡을 것인지는 아직도 결정 못 했나.

-30년 넘게 일했는데 이젠 좀 쉬어도 되지 않겠나. 석 달쯤 실컷 놀고 결정할 생각이다.

→무엇을 하고 놀 생각인가.

-친구들 중에 두 패가 있는데 하나는 오토바이족, 하나는 댄스족이다. 중년 남자들의 로망이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타는 거라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데 집사람이 죽어도 뒤에 안 탄단다.

→앞으로 금융시장 경쟁이 격화될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DNA(유전자)다. 그 유전자가 강한 은행이 하나, 외환, 신한이다.

→그 때문인지 하나나 신한 모두 ‘차갑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여러 차례 합병을 거치면서 주인의식이 희석돼 그런 거다. 하지만 근본 유전자는 어디 안 간다.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람은 거쳐 가지만 조직은 영원히 남는다. 요령 없는 놈이라고 비웃을지 몰라도 나는 언제나 내가 하나금융의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일했다. 텔러에서부터 시작해 은행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부산고와 서울대를 나와 197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당시 면접관이 김 회장이었다.)

→말이 나왔으니까 얘긴데 창구 근무 때 서러웠겠다.

-말도 마라. 엄청 혼났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연수부장할 때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들 전부 모아놓고 돈 세는 것 시켰다. 왜? 자존심을 꺾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뱅커 정신을 심어줘야 했으니까. 무의식적으로라도 (계산이) 틀리면 안 되는 게 바로 뱅커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12-03-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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