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목소리 경청하는 좋은 법관 될래요”

“국민의 목소리 경청하는 좋은 법관 될래요”

입력 2012-02-28 00:00
업데이트 2012-02-2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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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각장애인 법관’ 최영 판사 업무 시작

사법사상 첫 시각장애인 법관인 최영(32) 판사가 27일 오후 서울북부지법 제11민사부 배석판사로 업무를 시작했다. 앞서 최 판사는 오전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 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로 좋은 법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소감과 다짐을 짧게 밝혔다. 또 “다른 신임 법관들처럼 처음 시작하는 판사로서 긴장도 되고 설렌다.”고 했다. 최 판사는 “국민과 법원이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동료·선배 법관과 함께 헤쳐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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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시각장애인 법관이 된 최영 판사가 법관 임관을 마친 27일 부임지인 서울 도봉구 도봉동 북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첫 시각장애인 법관이 된 최영 판사가 법관 임관을 마친 27일 부임지인 서울 도봉구 도봉동 북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근무실 앞에 음성변환프로그램 설치

임명식에 이어 북부지법에서 전입 행사가 있었다. 최 판사는 행사 시작 5분 전쯤 법원동 8층 복도에 깔린 점자유도블록을 따라 보조인의 한쪽 팔과 지팡이를 잡고 809호 행사장에 머뭇거림 없이 걸어 들어갔다. 최 판사는 유남석 법원장이 악수를 청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보조인이 알려주자 악수를 하기도 했다. 유 법원장은 “환영한다. 지금의 설레임과 봉사자로서의 각오를 유지한다면 법관으로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북부지법은 최 판사를 위해 근무실인 917호 앞에 음성 변환 프로그램과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한 데다 소송 기록 파일 작업 및 기록 낭독 등 재판업무를 지원할 보조원도 채용했다. 특히 이례적으로 별도의 재판부 지원실을 마련했다. 음성으로 변환된 재판 관련 기록들은 이어폰 없이 음향으로 들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책상 모서리 등 부딪힐 위험이 있는 가구에는 충격 흡수용 패드를 부착했다. 최 판사는 “연수원에서 2년 동안 공부하고 시험도 보던 방법으로 업무를 하게 된다.”며 법원행정처와 지법의 준비에 감사를 표시했다.

●다섯 차례 도전 끝에 2008년 사시 합격

최 판사는 서울대 법학과 재학 시절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1급 장애인으로 다섯 차례의 도전 끝에 2008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지난달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양승태 대법원은 86명의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법관의 재판 권능은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냉소의 대상이 된다.”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처지를 바꿔 생각함)하는 마음으로 신뢰받을 법관의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법관에 대한 인신 공격과 관련해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부당한 공격으로부터의 재판 독립은 절체절명의 과제이며 이 역시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을 때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석·신진호기자 ccto@seoul.co.kr

2012-02-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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