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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리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영화프리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입력 2012-02-07 00:00
업데이트 2012-02-0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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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읽고 캐릭터 알아두면 더 짜릿… 첩보물, 편견을 깨다

냉전이 절정에 이른 1970년대. 영국 정보부(MI-6) 국장 ‘컨트롤’은 비밀요원 짐 프리도에게 헝가리로 잠입해 장군의 망명을 도우라고 지시한다. 장군은 서커스(영국 정보부)에 잠입한 소련 간첩의 이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정보가 새 나간 탓에 프리도는 작전 중 총을 맞는다. 작전 실패의 책임을 지고 컨트롤과 2인자 조지 스마일리는 은퇴한다. 얼마후 컨트롤이 숨지고서, 스마일리에게 고위관료가 찾아온다. 서커스 내 두더지(스파이)를 밝혀달라는 것. 혐의자는 정보부장을 비롯한 MI-6의 최고위 간부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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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 개봉하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이하 ‘팅커’)는 스파이소설의 거장 존 르카레의 동명 작품을 영화화했다. 르카레는 1961년부터 MI-6 비밀요원으로 일하면서 소설을 썼다. 찰나의 실수로 생사가 뒤바뀌는 첩보 일선의 생생한 경험을 녹여낸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1961)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1963) 등 걸작을 쏟아낸다. 특히 스마일리는 르카레가 가장 아끼는 캐릭터다. ‘팅커’를 시작으로 스마일리와 소련 정보부 수뇌 ‘칼라’의 대결을 다룬 3부작을 내놓기도 했다.

1979년 BBC에서 알렉 기네스를 앞세워 7부작 미니시리즈로 제작한 ‘팅커’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로 압축한다는 건 다른 얘기다. 과거와 현재를 부지런히 오가는데다 경계가 모호하다. 주요 인물만 8명에 이르기 때문에 캐릭터 묘사에 품을 들여야 하고 인물들의 역학관계도 복잡다단하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본다면 곤혹스러울지도 모른다. 잠깐 한눈을 팔면 진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첩보물이지만 ‘본 시리즈’ ‘007시리즈’에서 봤음직한 현란한 액션, 경쾌한 편집과는 거리가 멀다. 외려 느릿한 발걸음으로 등장인물에 대한 밑밥을 뿌린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는 후반부에 가서야 비로소 뒷목을 잡게 된다. 할리우드 첩보영화의 장르적 규칙에 익숙한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터. 원작을 읽고 영화를 봐야 재미를 더할 수 있는 경우다.

르카레의 복잡한 설계도를 2시간 7분에 녹여낸 건 뱀파이어 장르를 새롭게 해석한 스웨덴판 ‘렛미인’의 토머스 알프레드손 감독이다. 원작과 감독에 대한 신뢰로 ‘드림팀’이 뭉쳤다. 오스카 트로피를 장식장에 쌓아놓았을 것 같은 게리 올드먼은 스마일리 역으로 데뷔 30년 만에 처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콜린 퍼스와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악당 베인 역을 맡은 톰 하디, BBC의 ‘셜록 홈즈’로 스타덤에 오른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이 호흡을 맞췄다.

제목은 영국 동요에서 따왔다. 외투 단추, 꽃 잎사귀 따위를 하나, 둘, 셋 하고 셀 때 숫자 대신 순서 삼아 부르는 동요다. 1~8까지를 팅커(땜장이) 테일러(재단사) 솔저(군인) 세일러(선원) 리치맨(부자) 푸어맨(가난뱅이) 베거맨(거지) 시프(도둑) 순이다. 영화에서는 정보부에 잠입한 간첩 혐의자 4명을 지칭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2-02-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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