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방사능, 과민반응은 경계해야/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열린세상] 방사능, 과민반응은 경계해야/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입력 2011-11-25 00:00
업데이트 2011-11-2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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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언론에서 방사선과 관련된 보도를 자주 볼 수 있다. 방사선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방사선의 실체가 국민에게 전달되고 이해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특히, 방사성물질이 우리들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보다 안전한 관리를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알려 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최근 몇몇의 사례들을 바라보며 자칫 국민들의 과민반응을 만들어내 막연한 불안감과 혼란을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의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인천 영종도의 한 초등학교 사례가 대표적인 예이다. 환경운동연합 소속의 한 시민이 영종도의 초등학교 운동장에 찾아가 본인이 보유한 측정기로 방사선량을 측정해 보니 최대 0.62마이크로시버트(μSv)로 자연방사선량의 2배가 넘는 수치였다는 것이다. 이것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었고 그 결과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운동장에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고,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등교조차 시키지 않는 등 일련의 혼란이 발생하였다. 다음 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를 파견해 측정 장소에 대한 정밀조사를 해 보니 방사선량은 최대 0.44μSv/h로 우리나라 어디에나 존재하는 자연방사선 준위임이 확인되었다. 더군다나 세슘과 같은 인공방사성 핵종도 전혀 측정되지 않았다.

저울만 있으면 누구나 몸무게를 측정하듯이 방사선도 측정기만 있다고 방사선량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몸무게와 같이 쉽게 측정 가능하다면 병원에서 필자와 같이 방사선을 전공한 전문가가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방사선은 종류 및 방사선량에 따라 측정하는 장비를 달리 사용해야 하며 측정 장비 또한 매년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하므로, 방사선 장비사용법과 방사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단독으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비전문가가 측정한 값을 가지고 불필요한 혼란과 불안감이 조성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또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한달이 안 된 지난 4월 초 경기도 관내 학교에서는 경기도 교육감이 보낸 공문 한 장을 받았다고 한다. 내용인즉, 방사능 비를 맞을 우려가 있으니 각 학교에서는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하라는 것이다. 이에 일부 학교가 휴교에 들어갔고 휴교하지 않은 학교에서는 학부모로부터 왜 휴교하지 않느냐는 항의가 빗발치는 등 큰 혼란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일본에서조차도 후쿠시마 인근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휴교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만 보아도 과민한 반응이었음을 잘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 도로에서 방사능 이상 수치 신고가 접수됐다. 폐아스콘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됐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자체 간에 엄청난 혼선이 생겼다. 서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와중에 국민들의 우려만 증가했다. 방사선 전문가 입장에서 비록 안전하다 하더라도 주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경우라면 전문가를 파견해 안전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처리 방법에 대해서도 자문을 해야 하며, 폐아스콘에서 검출되는 방사선량이 비록 인체에는 안전한 수위라 하더라도 타지역보다 높게 나타나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노원구 도로 방사능 검출은 원자력의 위험성과 함께 우리가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음을 잘 알게 해 줬다.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에 대해 충분히 경계하고 제대로 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성과 객관성 없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과 혼란만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사려 깊은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내년 하반기부터는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생활방사선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고 하니 방사능에 대한 안전관리가 더욱 꼼꼼하고도 철저하게 이루어져 전문가들이 측정한 수치 및 전문가 의견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1-11-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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